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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무차별 고소에 대규모 대출… 골병드는 고려아연·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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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과 고려아연이 상대 경영진을 무차별로 고소하면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고소가 수사로 이어지면 경영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여기에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대규모 대출을 받으면서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노진수 전 고려아연 대표, 사외이사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려아연도 계열사이자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을 통해 장형진 영풍 고문, 강성두 영풍 사장, 영풍 사외이사 3명,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조선비즈

장형진(왼쪽부터)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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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자기주식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했다. 영풍정밀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 및 금전소비대차 계약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이 무차별 고소전을 벌이면서 경영권 다툼이 마무리돼도 상당 기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이 제기한 배임 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기업 비리 등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검찰이 이번 사안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로, 향후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매수를 위해 상당 자금을 빌렸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을 주당 83만원에 각각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영풍·MBK 연합은 이달 14일까지, 고려아연은 23일까지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활용해 1조9595억원을 빌렸다. NH투자증권으로부터 연 5.7% 금리로 1조5785억원을 빌렸고 영풍에서 2713억원을, MBK파트너스 6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서 1097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연간 이자부담만 약 841억원이다.

고려아연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조달했고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고려아연은 약 2조7000억원에 대한 이자로만 1000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이 향후 공개매수 가격을 더 높이면 이자비용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고려아연은 미래 먹거리로 꼽은 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 등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지분 매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해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배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은 영풍·MBK가 인수하면 줄사표를 내겠다고 밝혀 본사업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차입과 고소에 따른 법적 리스크(위험 요인) 때문에 누가 이기든지 후유증은 오래 갈 것”이라며 “고려아연과 영풍은 골병이 들고 외국계 투자자나 양 측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증권사 등 구경꾼만 돈을 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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