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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검찰과 법무부

검찰 “티메프, 수차례 지급 불능에도 허위 해명하며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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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가 이미 2023년 수차례 정산금 미지급의 위기를 겪었지만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이 언론과 국회에 “환전 문제” “정책 변경” 등 허위 해명을 하며 무마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검찰은 또 티몬의 미정산 금액이 2023년 초 이미 5000억여원에 달했는데도 금융감독원에 미정산액을 10분의 1 수준으로 허위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본지가 확보한 구 대표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올해 9월 이전에도 큐텐 그룹에 자금 부족으로 인한 정산지연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경영진이 이를 은폐했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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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큐텐은 2022년 12월 셀러들에 대한 정산 대금 2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구 대표는 한국에 정산 불능 사태가 알려지면 셀러들이 대규모 이탈할 것을 우려해 한국 셀러들에게만 정산 대금을 우선 지급했다. 구 대표는 이듬해 2월 티몬이 자사 쇼핑몰에 입점한 큐텐에게 110억원을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해 이를 무마했다. 검찰은 티몬이 큐텐에 무리하게 선급금을 지급한 결과 2023년 3월 티몬의 상품권 셀러에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처럼 큐텐이 정산 지연 문제가 발생하면 티메프 자금을 선급금 등 명목으로 지급받아 사용했고, 티메프는 상품권 판매대금으로 기존 정산대금을 간신히 지급했다고 봤다.

셀러들이 정산지연 문제들에 대해 관계 당국 및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자 구 대표 등은 큐텐 그룹 홍보실을 티몬으로 통합한 뒤 조직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언론 기사에 큐텐의 정산지연 댓글이 달리자 우호적 취지 댓글을 달거나, 관련 언론사의 취재 요청에 “원화의 외화 환전 문제”라고 거짓 해명하기도 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관련 민원이 접수되자 민원 담당자에게 “정산 정책이 일부 변경돼 기존보다 정산이 늦어지는 것일 뿐 정산 자체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2024년 5월에는 한 셀러가 큐텐의 정산대금 미지급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자 해당 셀러에게 정산 대금을 바로 지급하고, 언론사에 연락해 기사가 보도되지 않도록 상황을 무마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이미 티메프의 정산대금 지급 불능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구 대표는 티몬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9월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거 뽑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류광진 티몬 대표도 같은 해 12월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다”라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2024년 1월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정산기일 지연을 예상하면서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라고 말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구 대표 등이 금감원에 티메프의 재정 상황과 관련해 허위 보고한 정황도 영장에 적시했다. 티몬은 2023년 1월 금감원으로부터 미정산금액 보호 방안을 보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티몬의 미정산 금액은 2022년 12월 31일 기준 5163억여원이었다. 구 대표 등은 미정산 금액을 사실대로 보고하면 금감원이 제재를 가할 것을 우려해 미정산 금액을 462억여원으로 축소 보고했다. 금감원이 미정산금 462억여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약서를 요청하자 류 대표는 200억원의 잔고증명을 제출하며 “회사의 운영자금과 분리해 200억원을 예치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자료 제출 다음 날 이 돈을 이를 바로 다른 계좌로 출금해 사용했다.

위메프 역시 금감원의 경영개선협약 체결 요구를 받자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2024년 4분기 큐익스프레스 상장 성공에 따른 투자금 500억원을 유치하고 투자금의 20%를 예치하겠다”는 허위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검찰은 구 대표 등이 지난 7월 정산 지연 사태 발생 후 사기죄 기소를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티몬·위메프의 회생 절차를 언급한 정황도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애당초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라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티메프를 인수, 티메프 자금을 큐텐 쪽으로 빼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화현·류광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 대표 등은 1조5950억 원 상당의 금품 판매 등 정산 대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또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티메프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 대금 명목 등으로 티메프 자금 671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있다.

구 대표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0일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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