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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금리 인하로 쏠린 무게추…겨우 꺾인 가계부채에 악영향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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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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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난달 겨우 꺾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재점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전망은 학계와 업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우선 학계는 한국은행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를 명분으로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방향을 틀더라도, 억지로 눌러 놓은 시장의 움직임은 언제든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시중은행 등 금융업계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대출 금리인상 외 비가격 조치들이 강화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채권전문가 "10월 금통위서 25bp 금리인하 예상"…한은 내부서도 기조 변화 감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수의 채권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낮춘 3.25%로 결정할 것이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까지 하락하면서 목표치(2.0%)를 하회했고,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진작이 부진하다는 게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정부와 국회 모두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도 인하론에 무게를 더한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연준·Fed)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점,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 돼 있어 시장 간극을 메울 때가 됐다는 점도 근거로 거론된다.

대신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의 빅컷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10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것"이라며 "통화당국이 이미 상당 기간에 걸쳐 주지한 바 있는 물가 여건이 안정권에 진입했고, 그간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내외 금리 격차 부담 역시 연준의 인하 개시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인하 기조로 전환을 선언한 후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금리의 기간 구조 왜곡 역시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또 다른 논거"라고 했다. 금리인하 발목을 잡았던 가계대출 급증 등 문제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대응으로 일단 방향을 정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 개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채권전략 애널리스트 역시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기존보다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안정 측면은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대응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경기와 물가 대응을 위한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에 기준금리 인하 단행을 예상한다"며 "5대 은행 기준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크게 줄었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단서들이 나왔다. 신성한 금통위원은 지난 25일 "가계부채가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라고 발언했으며, 이종렬 부총재보는 26일 "금통위는 금융 안정뿐만 아니라 물가와 성장도 고려하면서 금리를 결정한다"고 발언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학계 "가계부채 증가 영향 있을 수밖에 "비가격 조치로 대출 확대 제한적!--{//MTITLE}--!]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폭 감소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이 자칫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은이 앞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속적으로 우려했던 대목이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 폭이 전달 대비 20%가량 줄었지만, 아직 감소세를 확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계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감소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민감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하면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가 내려가기 때문에 가계대출에 반드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신용대출이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정부 정책을 통해 억지로 눌러뒀는데, 금리인하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은은 금리인하를 왜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소비나 투자로 가는 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으로 가는 게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 등 업계는 은행 자체적으로 걸어둔 '비가격 조치'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 인상 뿐 아니라 대출 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 추가 대출을 막는 등 비가격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0.25%포인트 정도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는 굉장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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