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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설] ‘20년 넘게 이사장’…누구 위한 새마을금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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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새마을금고에서 편법으로 장기 재임하는 이사장이 여전히 적지 않다. 7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선(선거 횟수로 집계) 이상인 이사장은 656명으로 전국 1235명의 53.1%를 차지했다. 4선(57명), 5선(8명)도 수두룩했다. 1명은 6선으로 조사됐다.

새마을금고법은 4년 임기 이사장을 3선까지 하도록 허용한다. 그런데도 4선 이상이 적잖은 것은 변칙 연임 사례가 허다해서다. 새마을금고 전산 관리가 시작된 2008년 이후만 봐도 4∼6선이 81명에 달한다. 그 대부분은 현직이다. 수상한 연임에는 꼼수가 동원되게 마련이다. 지난해 전남 순천 A새마을금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90대 고령 당선자가 6개월 만에 건강 문제를 들어 자진 사퇴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직전 3연임했던 이사장이 당선됐다. 연임 제한을 피해 고령의 대리인을 내세웠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서울·김해·울산 지역 금고 이사장도 유사한 과정으로 10여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포의 한 금고 이사장은 21년째 재임 중이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이사장이 장기 군림을 하는 것은 사금고화로 인한 사건·사고 위험을 키우는 변수다.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기 쉽다. 명확한 임기 제한을 비롯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데도 시늉에 불과하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이사장이 임기만료일 전 2년부터 임기만료일 사이에 퇴임한 경우 1회 재임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규정을 신설했지만, 변죽만 울렸다. 중임을 제한하거나 최대 재직 기간을 못 박지 않는다면 내년 3월 첫 지역 금고 이사장 동시 선거,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선거 등 자정 노력도 헛수고에 불과하다.

국무회의는 지난달 30일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이행을 위한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공정한 물갈이를 보장할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앞서 지난달 24일 대표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또한 개별금고 이사장에 대한 효율적 견제 조항을 담지는 못했다. 정기 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된다 한들 크게 기대할 것은 없는 셈이다.

헛발질이 거듭되는 사이에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관리는 산으로 가고 있다. 본지가 올해 상반기 정기 공시한 1278곳을 최근 전수 조사한 결과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금액은 16조3539억 원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채권이 지난해 말(10조4030억 원)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행안부가 집계한 평균 연체율(7.24%)을 훌쩍 뛰어넘는 10% 이상 금고도 220곳이나 됐다. 지난해 말보다 2.8배 늘었다. 순자본비율 4% 미만(취약·위험) 금고는 6개월 새 24곳에서 43곳으로 증가했다.

새마을금고는 6월 기준 288조9000억 원의 총자산을 보유한 국가 대표 서민금융기관이다. 서민금융의 실핏줄이 터지도록 버려둘 순 없다. 금고 사유화의 불씨를 키우는 낡은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각종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금고인지 성찰할 일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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