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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5] 예측과 생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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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농담, 지적인 대화, 그리고 개인적인 조언. 할리우드 SF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언제나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집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로봇청소기와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로봇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언어능력을 가진 종이기 때문일까? 호모 사피엔스에게 지능이란 대부분 언어능력과 연관성이 있고, 언어능력 없는 지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난 30만년 동안 인간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존재는 다른 사람들 뿐이었기에, 오로지 인간만이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믿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챗GPT의 등장과 함께 무너져 버렸다. 인간이 아닌데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존재가 드디어 탄생했으니 말이다. 인간의 언어는 복잡하고 비논리적인 애매모호함으로 가득하다. 기존 문법과 규칙으로는 완벽한 설명이 불가능했던 이유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에서는 ‘트랜스포머’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단어와 단어,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 상호 관계를 학습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마치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착각을 심어주고 있는 챗GPT. 하지만 여전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문장들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그러니까 그럴싸한 거짓으로 가능하다. 경험과 이해가 아닌, 단순한 확률적 예측을 통해 문장을 생성해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예측이 아닌, 진정한 이해와 생각을 기반으로 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계는 불가능한 걸까? 지난 9월 12일 오픈AI가 소개한 “o1-프리뷰”라는 가장 최신 챗GPT 언어 모델은 입력된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잠재적으로 생성된 문장들의 논리와 일관성, 그리고 생성된 과정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질문에 대답한다. 덕분에 프롬프트 입력 후 대답이 만들어지기까지 수십 초까지 걸릴 수 있지만, 이제 드디어 단순한 예측이 아닌, 깊은 “고민”과 “생각”을 기반으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역시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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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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