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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통일부 ‘북한 실태 보고서’에 탈북민 6351명 목소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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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탈북민 6351명이 알려준 실상’ 강조

모두 응답한 문항은 10.1%에 불과

리플릿 등에 구체적인 응답자 숫자 빠져

경향신문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리플릿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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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지난 2월 북한 경제·사회 실태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탈북민 6300여명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강조했으나 이는 과장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탈북민 6300여명이 모두 응답한 설문조사 항목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통일부는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리플릿에도 구체적인 응답자 숫자를 표시하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는 총 178개 설문 결과가 담겨 있다. ‘분배받은 농산물을 시장에 판매한 경험’, ‘뇌물 공여 경험’, ‘외국 영상물에 대한 관심’, ‘시장에 대한 선호’ 등이다. 통일부는 지난 2월 해당 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하면서 2013~2022년 10년 동안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인터뷰를 한 결과가 담겼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탈북민 6351명이 알려준 북한의 실상’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178개 문항 가운데 6351명 모두가 응답한 문항은 18개(10.1%)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가 6351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문항은 98개로 전체의 55%에 달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인심에 대한 평가’와 ‘김정은 집권 이후 강성대국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 ‘정권을 위한 희생 의도’ 항목은 응답자가 530명에 불과했다.

책자로 발간한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응답자 숫자가 실려 있기는 하다. 다만 시민들이 보고서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제작한 리플릿에는 응답률만 담겨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강연 등에서 북한의 실상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파워포인트(PPT) 자료에도 응답비율만 있고, 응답자 수치는 빠져 있다. PPT 표지에 ‘6351명’이라는 숫자만 실려 있다.

홍기원 의원은 “통일부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반감이 클 수 밖에 없는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면서, ‘6351명의 탈북민 의견 청취’라는 점을 내세워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만 강조해 국민에게 ‘북한은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통일부는 우리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홍보 자료 등에 세부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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