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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北 김정은, 또 대남 핵위협 "그 나라 의식하는 것 조차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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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월 7일 주체적 국방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최고전당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군사초강국, 핵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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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또다시 실명 비난하면서 남측을 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한·미 동맹이 '핵 동맹'이 됐다는 점을 "군사 초강국, 핵 강국으로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대는 등 궤변을 이어갔다.

이는 미국의 '핵' 자산에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는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강화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핵·미사일 고도화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지시한 헌법 개정 작업과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다.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이 전날 창립 60주년을 맞은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격려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국방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해당 대학은 당초 국방종합대학으로 불렸으나 지난 2016년 김정은 방문 이후 현재의 명칭으로 공식 개명됐다.

김정은이 국방종합대학을 찾은 건 7일로, 남북 관계 단절을 골자로 한 개헌을 논의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시작된 날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소식은 전하지 않았고, 김정은의 대남 위협만 부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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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8일 국무위원장이 "10월 7일 주체적 국방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최고전당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과거 '국방종합대학'으로 개교했으나 지난 2016년 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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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략적 힘의 균형 파괴는 곧 전쟁을 의미한다"며 "적을 항상 억제하고 정세를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가져야 한다는 우리의 자위 국방 건설 논리는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이 완벽하고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은 모든 공격력을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선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정은은 "한·미군사동맹이 괴뢰들 스스로가 광고하는 것처럼 핵 동맹으로 완전히 변이된 현시점에서 우리 국가의 핵 대응태세는 더더욱 한계를 모르는 높이에서 완비돼야 한다"며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조선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추호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에 기반을 둔 한·미 동맹의 움직임을 매우 민감하게 의식하는 모습"이라며 "이를 명분으로 자신들의 핵 대응태세 수준을 끝없이 높이는 한편 남북 군비경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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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축하 방문하시였다"며 "주체적 국방과학기술력의 절대적 우세로써 제국주의자들의 군사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국방종합대학의 기본임무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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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윤 대통령의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도 또 걸고 넘어졌다. "비정상적인 사유방식"이라고 재차 비판하면서 우리 군의 전략사령부 출범도 "변변한 전략무기 하나 없는 허울뿐"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운운했다"고 지적하면서 "유구한 역사에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무적의 명장이 출현한다 해도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표현도 또다시 사용했다.

이어 "현명한 정치가라면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핵국가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우리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훈계조로 늘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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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지대지 미사일 현무-5가 분열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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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의 비대칭성,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사이의 격차를 강조하고 있다"며 "대남 태도는 철저하게 선제적 공세성보다는 한국의 태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대응하면서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도 이어갔다.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면서다.

또 그는 "과거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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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2차 전원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10월 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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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 기조나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 강화가 북한이 더욱 예민하게 남한을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라며 "대남 무시 전략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김정은의 최대 고민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개최를 예고한 최고인민회의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회주의 헌법 수정 토의라는 중요한 의제가 예정된 만큼 이틀 이상 일정으로 열리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통상 북한은 하루에 회의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모든 일정을 마친 뒤 회의 내용을 종합해서 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2세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김정은은 해당 축전의 시작과 끝에서 푸틴 대통령을 "가장 친근한 동지"라고 불렀는데, 이는 북한과 중국 수교 75주년이었던 지난 6일 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의 표현과 대비된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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