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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더 드레서' 송승환 "분장 덜 하고도 노역…배우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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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김다현(노먼 역), 송승환(선생님 역), 오만석(노먼 역), 양소민(사모님 역)이 8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08.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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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배우도 했고 프로덕션 대표로서 공연도 50여편 제작했어요. 극중 '선생님'도 극단 대표이면서 배우를 한다는 면에서 저와 동질감을 많이 느낍니다."

연극 '더 드레서'의 세 번째 시즌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다. 이 연극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리어왕' 공연을 앞둔 무대 뒤에서 첫 대사조차 생각나지 않는 '선생님'과 늘 그림자처럼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며 헌신을 자처하는 드레서 '노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송승환이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도 '선생님' 역을 맡는다. '노먼' 역은 오만석과 김다현이 더블 캐스팅 됐다. 선생님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모님' 역은 양소민이 연기한다.

'더 드레서'의 주연 배우들을 이날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송승환은 "나이가 들면서 노역을 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행복한 일"이라며 "젊은 배우가 수염을 붙이고 주름살을 그리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나이가 드니 분장을 특별히 안해도 노인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배우란 직업이 이래서 참 좋다"고 했다.

선생님은 훌륭한 배우지만 무대 뒤에선 안하무인으로 생떼를 부리는 노인이다. 여성편력이 있고 극단주로서 자린고비 같은 모습도 보인다.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하게 보필하는 노먼 역시 때로는 질투와 몽니를 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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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송승환(선생님 역)이 8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08.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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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은 "작품은 인간의 단면 만을 그리지 않고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며 "흑백논리가 강해 어느 한 면 만을 얘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모든 인간은 장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은 극중극 무대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선보이는데, 후회로 점철된 인물 리어와 선생님이 비슷한 감정선을 그리며 작품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리어왕은 후회가 많은 사람이잖아요. 노인들도 대개 인생을 마무리할 때 후회를 하죠. 선생님도 그렇거든요.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해요. 극중 대사에서 노먼이 '선생님, 필요한 게 뭐예요?' 묻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 뿐이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회를 잊고 싶은거죠. 초연 때는 이 대사가 느닷없다고 느껴졌는데 재연, 삼연 하며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9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송승환은 올해로 연기 구력이 59년이나 됐다. 그는 "늙는다는 걸 어떤 때는 굉장히 실감하면서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젊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좀 더 늙어야 왔다 갔다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젊을 때는 MC와 DJ를 하고 영화와 드라마도 찍으면서 바쁘게 공연했었는데, 최근에는 다른 일을 거의 안하고 여유롭게 연극을 하니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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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오만석(노먼 역)이 8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08.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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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나빠졌지만 그의 연기는 계속된다. 송승환은 "병세가 나빠지다 진행이 아주 느린 상태가 됐는데, 죽을 때까지 실명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까맣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반투명 유리를 앞에 두고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소도구의 위치나 동선을 다 익힌 다음에 리허설을 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별 문제는 없다"고 했다.

송승환은 오만석이 연기하는 노먼을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는 막내아들'이라고, 김다현에 대해서는 '섬세하고 여성적'이라고 표현했다.

김다현은 "노먼은 선생님의 발가락까지도 닦아줄 수 있는, 더 극한으로 가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선생님이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손 끝 하나까지 신경을 쓰는 게 느껴지도록 연기한다"고 했다.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배우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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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김다현(노먼 역)이 8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08.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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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은 "전쟁 때문에 독일에 폭격 당하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연극을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삶이 전쟁처럼 힘든 와중에 어떻게 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극장에 오시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은 11월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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