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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배로 1시간인데 10시간 걸려”..강물 말라 뱃길 끊긴 아마존 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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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일(현지시각)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항구에서 짐꾼들이 보트를 타고 브라질 아마존강의 지류 네그로강의 건조한 지역을 가로질러 상품을 운반하고 있다. 마나우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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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강이 말라가고 있다. 아마존강을 따라 생활하는 주민들의 경제와 이동권을 고려해 브라질 정부는 강바닥을 파는 준설 작업으로 강물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논란이 예상된다.



브라질 지질당국이 지난달 아마존강의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고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1967년 조사를 시작한 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의 한 구간은 평균보다 25피트(7.62m) 더 낮아졌다. 전체 6600㎞의 아마존강의 지류 중 가장 중요한 3개 지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위가 떨어지자 수상교통 이용에도 차질이 생겼다. 아마존강 지류는 핏줄처럼 외딴 지역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위가 낮아지면 아이들이 배를 타고 학교에 가거나, 병이 난 사람들이 병원에 가거나, 먼 마을까지 약과 식수를 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구 200만명의 무역 중심 도시 마나우스는 얕아진 수심 때문에 화물선이 정박하기 어려워졌다. 회사들은 무역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유식 접안시설을 건설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마존강 일부 지역의 수심은 최대 400피트(121.92m)로 깊어 대형 여객선도 다닐 수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달부터 강 준설 작업을 할 계획이다. 연방 교통부 산하 교통인프라부의 페브리시오 드 올리베이라 갈바오 사무총장은 “어떤 곳에서는 강 표면에 식물이 보인다. 그래서 항해가 제한된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미라우아 연구소의 수문학자 아얀 산토스 플라이슈만은 뉴욕타임스에 “강이 없다면 아마존을 항해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과거 브라질 정부가 드물게 준설했다면, 이제는 만성적인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강바닥을 5년 동안 파낼 것이라고 짚었다.



아마조나스주의 건조한 강변 마을 타우아리의 주민인 마리아 데 파티마 세르발류 셀레스티노는 뉴욕타임스에 “준설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배로 1시간이면 이동하는 거리를 10시간이 걸려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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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마나우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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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은 정글은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 역시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 발생이 잦아지는 변화에 봉착해있다. 베르나르도 플로레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대학교 연구원은 “아마존 일부 지역은 1980년대 이후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했고,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아마존강을 연구하는 과학자 280명으로 구성된 협력 프로젝트 ‘더 아마존 위 원트’는 아마존강 일부 지역에서 1970년대와 비교해 비가 오지 않는 건기가 한 달 더 길어졌다는 연구결과를 2022년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삼림 벌채를 아마존강이 말라가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의 준설 계획은 아마존강 4개 구간에서 바닥의 퇴적물을 퍼서 더 깊은 곳으로 옮기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강 준설로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모니터링을 계속 할 예정이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준설에 반대하고 있다. 아달베르토 루이스 발 아마존연구소 생물학자는 “퇴적물을 퍼 올린다면 이 강의 모든 역사에 손대는 것과 같다”며 준설 과정에서 강의 탁도가 높아져 수생식물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제한되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준설 결정은 지역 사회와 인류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환경 관점에서 보면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준설을 한다고 해도 농촌 지역과 도시 중심지를 연결하는 작은 지류는 여전히 말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플로레스 연구원은 “아마존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준설이 진짜 해결책은 아니”라며 “더 많은 우물을 짓고 빗물 수집 시스템을 설치하면 외딴 지역 사회가 가뭄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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