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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해리스 되면 '전기차'가 살고, 트럼프 당선 시 '반도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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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대미 로비 자금 폭증
해리스 당선 시 전기차 성장 기조 유지 전망
트럼프 당선 시 반도체 산업 유리 관측
대중국 견제정책 반사이익은 커질 듯


파이낸셜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A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주력산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방위산업에 기회가 될 것이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성공시엔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엔 민주당보다 공화당 집권 시 보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양당 모두,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요구, 대중국 견제망을 핵심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앞세우고 있어, 누가 돼도, 한국 산업계에 압박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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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 를 후원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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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배터리, 美 대선결과에 초긴장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에 55억 달러(약 7조2000억원)을 투입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공화당, 민주당 양당 인사들과 접점을 넓히는 등 미국의 전기차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유불리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다. 해리스 후보 당선시에는 전기차 육성 정책 현상 유지 속 시장 회복이 예상되나, 트럼프 후보 당선 시에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시장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현실적으로 폐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나, 보조금 축소 내지는 전기차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차 업계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공화·민주당 양당의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 미 상원의원과 서울에서 별도의 면담을 가지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미 통상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전기차 산업과 같은 궤를 타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IRA 관련 생산세액공제(AMPC)지속과 더불어 대중국 견제책 가동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급망 다변화는 과제다. 트럼프 집권 시엔 보다 강경한 대중국 견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 그에 따른 반사이익도 커질 것으로 보이나, IRA 폐지·축소 가능성으로 전기차·배터리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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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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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정도 따라 반도체·조선·에너지 희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HD현대·한화오션 등 조선업종의 경우엔 트럼프 재집권 시 보다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는 대표적인 대중 견제 수혜 업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데릭 모건 미 헤리티지재단 부대표는 최근 한국무역협회 초청 강연에서 "반도체의 경우, 대만의 의존도가 너무 높아 한미 양국 관계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집권 시엔 반사이익이 약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해리스 집권 시엔 트럼프에 비해 중국 핵심 디바이스 산업에 대한 견제가 약화돼,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 경제 방향과 강도에 따라, 반사이익에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산업의 경우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는 쪽이 친환경, 탈탄소 분야 보조금 확대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화솔루션, OCI 등이 미국에서 태양광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시 신재생 분야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철강 산업의 경우 집권 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수출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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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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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형 보호무역주의 전개 주목"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금액은 1155억 달러(약 153조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미 투자가 확대된 만큼,기업들의 대응책 마련도 분주하다.

실제, 미 대선을 앞둔 국내 4대그룹의 로비 자금도 급증한 상태다. 미국 정치자금 연구그룹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이 미국 의회 설득에 쓴 로비 자금은 762만 달러(101억 6335만원)로 집계됐다. 지난 대선이 치러진 2020년 상반기에 4대그룹이 쓴 로비자금(423만달러)보다 80.1%나 급증했다. 4대그룹 중 로비에 가장 많은 자금을 쓴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올해 상반기 연방정부의 예산·제조업·통상·통신장비·교육 정책 분야 등에 354만 달러(약 47억 2129만원)를 썼다. 직전 대선이 치러진 2020년 상반기보다 108% 늘어난 금액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 대선 결과가 어떠하든, 미국은 양당의 정책기조를 서로 차용, 혼합하며 '하이브리드형 통상정책' 기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누가 되든, 고차 방정식 형태로, 보다 면밀하게 대미 통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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