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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일본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 보상 법안, 국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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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일본 국회 중의원(하원)이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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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가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에 대한 보상 법안을 8일 가결해 성립시켰다. 한국 헌법재판소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불임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일본 참의원(상원)은 이날 강제불임 보상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현지 일간 마이니치신문 등이 전했다. 해당 법안은 전날 중의원(하원)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참의원으로 송부됐다.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법안이 중의원과 참의원을 각각 통과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법안은 강제불임 수술 피해 당사자에 대해 1500만엔(약 1억3680만원)을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의 배우자에게는 500만엔(약 4560만원) 보상금이 지급된다.

해당 법안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지난 7월3일 옛 우생보호법에 따른 정부의 불임수술 강요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피해자 상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초당파 의원연맹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당초 최고재판소 판결엔 불임 수술 없이 임신중지 수술을 강요받은 사람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의원연맹은 이들도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에게는 수술 횟수나 아이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00만엔 일시금이 지급된다.

보상액은 과거 법안 대비 크게 늘었다. 일본 국회는 지난 2019년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에 대한 구제 법안을 만든 적이 있는데, 당시 정리된 일시금 지급 액수는 1인당 320만엔(약 2920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국가의 법적 책임이 명시하지 않았고 금액도 피해 회복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배상 소송을 냈다. 최고재판소 위헌 판결은 이같은 소송의 결과였다.

일본 국회는 법안 전문에 “국회 및 정부는 위헌적 입법 행위와 집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한다”고 명기했다. “우생사상에 근거한 잘못된 시책을 추진시킨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한다”며 피해자 상대 사죄와 장애인 등 차별 근절을 명시한 결의안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나 시행되며, 피해 인정 실무는 어린이가정청이 담당한다.

법안은 성립됐지만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몇가지 과제가 남았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먼저 피해자 상대 제도 홍보가 문제다. 일본 정부는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등 개인 사정을 고려해 보상안을 피해자에게 개별 통지하지 않고 한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격인 도도부현 운용에 맡기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피해자가 보상안의 존재를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320만엔 일시금 사례도 올 7월 말 기준 1129건으로 전체 피해자 중 4.5%에 그쳐, 보상안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기록도 찾기 어려운 임신중지 수술의 경우 피해 인정에 어려움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다수가 고령화된 피해자 상황을 고려해 신속한 심사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하라 준코 어린이정책담당상은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이 확실히 전달되도록, 구체적 한 시책을 확실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강제불임이란 1948년 제정된 옛 우생보호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장애인을 상대로 강제 시행한 임신중지, 생식기 제거 수술 등을 의미한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불임수술을 받은 2만4993명 중 강제 수술 사례가 1만6475명으로 3분의 2에 달했다. 현지 언론 등은 “전후 최대의 인권 침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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