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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2024 노벨상] 머신러닝 선구자들, AI 분야 첫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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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인류 대변혁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선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물리학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는 방법을 고안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챗GPT 같은 강력한 AI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기계학습(머신러닝)'을 가능케 하는 발견과 발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노벨 물리학상이 정통 물리학 분야가 아닌 응용과학 분야인 AI에 수여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AI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2024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교수(91)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77)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홉필드 교수는 정보를 저장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힌턴 명예교수는 데이터 속성을 발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은 현재 과학과 엔지니어링,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기계학습은 AI와 통계학을 합친 분야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는 기술이다. AI는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예측을 수행하면서 스스로 성능을 끌어올린다. 이런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구축하는 것이 기계학습의 핵심이다.

기계학습은 컴퓨터과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자 인식, 물체 인식, 자동 번역, 대화 분석, 음성 인식, 정보 검색, 유전자 분석, 질병 진단, 가상현실(VR), 경로 탐색, 무인 자동차 등 쓰이는 분야보다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AI 학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힌턴 명예교수는 1980년대 '역전파'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기계학습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다. 통계물리학을 활용해 기계를 학습시키는 '볼츠만 머신'도 개발했다. 이 머신은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학습한 패턴 유형의 새로운 예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힌턴 명예교수는 기계학습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인물"이라며 "그런 점을 인정받아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평가했다. 힌턴 명예교수는 치명적인 허리병으로 앉지 못해 서거나 누워서 연구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힌턴 명예교수는 얀 르쾽 메타 수석AI과학자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AI 4대 천왕'으로 불린다. 그는 챗GPT의 모태가 되는 모델을 구글에서 개발하기도 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의 스승이다.

힌턴 명예교수는 수상 직후 진행된 전화 기자회견에서 "노벨상을 받게 돼 매우 놀랐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내 연구로 개발된) AI가 산업혁명에 비견될 것"이라면서도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인간을 체력 면에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 면에서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보다 똑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홉필드 교수는 고체 물리학자였다. 고체 물성을 연구하다가 생물 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뇌가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을 모형화해 '홉필드'라는 모형을 1980년대 만들었다. 이 모형은 신경세포의 연결을 표현했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인공 신경망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근간 연구였다. 노벨상위원회는 "인공 신경망은 입자물리학,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주제에 걸쳐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됐다"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1100만크로나(약 14억3473만원)를 나눠 받는다. 노벨상위원회는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순서로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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