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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노벨 물리학상, ‘AI의 봄’ 가져온 연구자들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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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누구에게? -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 위원회 관계자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그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은 인공 신경망을 연구로 현재와 같은 인공 지능 시대를 연 미국, 캐나다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 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91)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 교수, 제프리 힌튼(77)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 위원회는 “홉필드 교수는 이미지를 저장하고 데이터의 다른 유형 패턴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연상 기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힌튼 교수는 데이터에서 자율적으로 속성을 찾아 특정 요소를 식별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라며 “물리학의 도구를 사용해 오늘날 강력한 기계학습의 기초가 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봄’을 가져온 연구자들”이라고 수상 업적을 평가했다. 그러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입자 물리, 우주론, 고체 물리 같은 전통 분야가 아닌 응용 분야에서 선정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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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 교수 미국 프린스턴대 제공


●인공지능의 봄을 연 고체 물리학자

존 홉필드 교수는 원래 고체 물리학자로 1968~1969년 영국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구겐하임 펠로우십 당시 고체와 빛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 ‘올리버 버클리상’을 수상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자였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생물학 분야에 눈을 돌려 물리학과 생물학의 융합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홉필드는 1982년 ‘신경회로망과 응집력이 있는 물리적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여기에서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이 논문은 이론 물리학, 신경 생물학, 컴퓨터 과학의 융합 연구의 결과물로 세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으로 꼽힌다.

신경망을 물리적으로 해석한 홉필드 네트워크는 최적화나 연상기억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모든 뉴런(신경세포)이 양방향으로 연결된 신경회로망의 동작모델로 0과 1의 이진 입력을 받아 양과 음의 에너지 상태를 출력한다는 것이다. 학습패턴의 양극화 연산 적용, 학습패턴에 대한 가중치 행렬 계산, 계산된 가중치 행렬 저장, 입력패턴에 대한 학습 패턴을 연상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되는 홉필드 네트워크는 현재 기계학습의 기초적 모델로 알려져 있다.

홉필드 교수의 연구는 이론 물리학의 개념을 컴퓨터 과학 분야에 적용하면서, 유전학과 신경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학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공지능 연구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신문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 교수 캐나다 토론토대 제공


●AI 빙하기 묵묵히 견디고 연구한 힌튼 교수

제프리 힌튼 교수는 ‘괴짜 연구자’, ‘외골수 연구자’로도 유명하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에 처음 개념이 제시된 뒤 1970년대 초까지 활발히 연구됐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급속도로 식어버린 이른바 ‘인공지능 연구의 첫 번째 빙하기’를 맞는다. 이때 꺼져가던 인공지능 연구의 불꽃을 되살리고, 지금의 기계학습과 심층학습을 있게 만든 것이 힌튼 교수다. 힌튼 교수는 1984년 홉필드의 제자인 테리 세즈노프스키와 함께 ‘볼츠만 머신’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기존 홉필드 네트워크에 신경망 알고리즘을 결합해 개선한 것으로 대규모 병렬처리를 이용해 강력한 계산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볼츠만 머신은 확률적으로 순환하는 신경망 네트워크로 내부 구조에 의한 학습이 가능하고 여러 조합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힌튼 교수는 구글의 석학 연구원도 지냈지만, 지난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퇴사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기초를 마련한 이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홉필드 교수는 고체 물리학자였다가 생물 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고, 힌튼 교수는 컴퓨터 과학자이면서 신경과학자로 생물학적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풀어내 현대 인공지능 연구에 접목한 대표적인 융합 연구자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존 홉필드 교수와 제프리 힌튼 교수의 업적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제공


●물리학이 만든 이론, 모든 과학에 도움

노벨 재단측은 “1980년대 이후 두 사람의 연구가 2010년경 시작된 인공지능 혁명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물리학이 기계 학습 발전을 위한 도구를 제공했고, 연구 분야로서 물리학이 인공 신경망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계학습은 앞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인 ‘신의 입자’ 힉스를 발견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류하고 처리하는 데 기계 학습이 사용됐다. 또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인 블랙홀의 중력파 측정에서 잡음을 줄이고 외계행성을 찾는 데도 기계학습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계학습은 분자와 물질의 특성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 사용됐으며, 단백질 분자 구조를 계산해 그 기능을 결정하고, 더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제작하기 위한 새로운 물질을 찾는 데도 도움을 주는 등 최근 많은 연구의 초석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1100만 스웨덴크로나(14억 3033만원)를 반씩 나눠 갖는다. 노벨 재단은 9일 노벨 화학상, 10일 노벨 문학상, 11일 노벨 평화상, 14일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국립은행 경제학상(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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