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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머신러닝 토대 마련"···노벨물리학상에 홉필드·힌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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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부’ 2인···홉필드·힌턴 공동수상

인공신경망 데이터 학습···무한 가능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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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기계 학습)의 기초를 확립하고 인공지능(AI) 혁명을 가능하게 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AI 분야 연구자들이 순수 과학을 제치고 이례적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하면서 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을 가능하게 한 기초적인 발견과 발명 공로로 홉필드 교수와 힌턴 교수에게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벨위는 “두 사람은 통계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연상 기억 기능을 하는 인공 신경망을 설계했다”며 “인공 신경망은 입자물리학과 재료과학 등 다양한 물리학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홉필드 교수는 인간 뇌의 정보 전달 경로를 규명해 구글과 오픈AI 등 빅테크 업체들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홉필드 신경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해 AI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힌턴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를 비롯해 생성형 AI 모델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을 창시한 인물로 AI 분야 세계 4대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연산 시스템인 인공 신경망을 이론적으로 크게 발전시켰다. 인공 신경망은 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연산 단위인 ‘노드’들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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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 연구로 챗GPT 탄생 길 닦아…“AI, 산업혁명급 파급력”
이변이었다. 과학계에서는 8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물리학상에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 학습)의 주역인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타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선정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두 사람의 연구가 AI 머신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것은 분명했지만 기초과학 연구 공적을 중심으로 성과를 따져온 노벨위원회의 그간의 결정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엘런 문스 노벨물리학위원회 의장은 이날 “수상자들의 연구는 이미 (우리 삶에)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효 서울대 물리교육학과 교수도 “기계 학습이라는 것은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요소들 사이의 특성이 나타나는 확률을 보여주는 것인데 인공 신경망을 통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연구 업적이 기존 노벨위원회의 관행마저 깬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챗GPT 등 파급력이 커진 사회적 영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찾았다.

홉필드 교수는 패턴을 저장하고 재생성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명했다. 홉필드 네트워크는 물리학에서 원자의 스핀, 즉 각 원자를 작은 자석으로 만드는 속성 때문에 물질의 특성이 전이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홉필드 네트워크에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이미지가 주어지면 단계적인 작동을 거쳐 불완전한 이미지와 가장 유사한 저장된 이미지를 찾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제프리 힌턴 교수는 통계물리학을 활용해 기계를 학습시키는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볼츠만 머신은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학습된 패턴 유형에 대한 새로운 예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쉽게 말해 챗GPT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AI머신러닝 기초 확립···챗GPT 길 만들었다
기초과학 공적 중심 노벨위원회 이례적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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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턴 교수의 업적은 ‘인공 신경망(ANN·Artificial Neural Network)’으로 요약된다. 힌턴 교수는 2022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공 신경망이 조 단위의 학습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을 한다”며 “수명 70세인 사람이 20억 초 정도를 산다는 것을 고려하면 뇌는 인공 신경망에 비해 훨씬 적은 데이터로 학습을 하는 셈”이라며 인공 신경망의 무한 가능성을 말하기도 했다.

힌턴 교수의 연구 덕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등 AI 스피커의 음성인식 기능은 물론 자율주행, 얼굴 인식 기술이 빛을 볼 수 있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기반 기술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힌턴 교수는 AI의 근간이 된 딥러닝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인물이다. 그의 제자도 오픈AI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일리야 수츠케버, 딥마인드의 알렉스 그레이브스 등 석학·연구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힌턴 교수는 노벨물리학상 수상 직후 “노벨상을 받게 돼 매우 놀랐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로 개발된 AI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산업혁명에 비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힌턴 교수는 또 “(AI가) 인간을 체력 면에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 면에서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보다 똑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AI 기술이 의료 등의 분야에 혁명을 일으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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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노벨화학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예측으로 유명한 클래리베이트는 이미 차세대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AI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한 바 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가 석권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및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를 나눠 받는다. 지난해부터 상금을 100만 크로나 인상했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스톡홀름 수상자들은 스웨덴의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고 오슬로 수상자들은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참석한 가운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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