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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재명측 반전 카드라는 마지막 녹음파일, 알고보니 ‘위증 확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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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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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이 재판 막바지에 김진성씨와 이재명 대표의 과거 공직선거법 사건 담당 A변호사와의 녹음파일을 틀었다. 2019년 1월 8일 이뤄진 대화 내용은 김씨가 ‘KBS와 누가 협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교감을 갖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다’ 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김진성씨는 과거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다. 2002년 이 대표와 KBS최철호 PD의 검사사칭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자신을 성남지청 모 검사라고 했던 최 PD의 전화를 가장 먼저 받았던 사람이다. 2018년 경기지사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검사사칭 사건에 대해 ‘사칭하지 않았는데 옆에서 있다가 누명을 썼다’고 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으로 기소됐고 이 사건에서 위증교사가 불거졌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KBS와 성남시장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을 몰기로 하고 최철호 PD에 대해서는 고소를 취소하기로 합의했다’는 증언을 부탁했는데 검찰은 이는 김씨가 전혀 모르는 내용이고 그런 일도 없었기 때문에 위증교사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그런 내용의 합의가 있었으며 김씨 증언이 위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대표 변호인 주장대로 김씨가 A변호사에게 ‘KBS와의 협의’ ‘교감’등을 언급했다면 이는 이 대표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김진성이 직접 “KBS와의 교감”언급했지만

녹취록의 주요 내용은 김씨가 “KBS도 그건 어떤 특정인 당사자하고 협의를 했는지는 제가 내용을 모르고요”라고 하자 A 변호사가 “그럼 협의를 했다는 내용은 들었어요”라고 하고, 김씨가 “예, 예, 시장님이 교감을 갖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라고 한다. A 변호사가 “KBS의 누구하고 누가 만나서 얘기를 했다거나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하자 김씨가 “누굴 만났다고 들었다거나 그런 건 없다”고 한다.

A변호사가 “요청이 오면 (최PD에 대한 고소를)취하해 주는 대신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 그런 내용의 협의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느냐”고 하자 김씨는 “그렇게까지는, 주범으로 몰자라고까지 표현을 안했던 거 같다”고 한다. A변호사가 “저희가 지금 김대표(김진성)통해 확인해야 하는 건 그래서 KBS사람들이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고 가려는 진술을 했다, 사실과 다른데도 아무튼 그런 취지거든요?

그런 취지의 말을 들은 적 없다는 거지요”라고 하자 김씨가 “네”라며 “정황상 분위기상은 당연히 이재명 시장 압박하는 것을 KBS에서 협의를 했던 분위기 맞고 누가 협의대상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이재명 “내게 유리한 내용..검찰이 일부러 안내”

이 대표 변호사는 이 파일을 재생하며 “이 녹음 파일은 (수사기록)목록에도 없다.그러다보니 변호사가 등사 신청을 하지도 못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서 들어 달라” 고 했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수십년간 변호사로서 법정을 드나들었지만 요즘처럼 검찰이 이렇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압수한 것들 중에 A변호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을 일부러 안 낸 것은 수사기록 목록에도 안 써 놓은 것은 저에게 유리한 증거가 상당히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내용이 있는데도 검찰이 이를 숨겼다는 취지다. 재판 마지막 순서에 재생된 이 녹취록에 검찰은 반박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김진성, “이재명이 부탁한 증언 변호사가 확인한 것”

하지만 김진성씨는 이미 지난 2월 26일 재판에서 이 녹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었다. 검찰이 “당시 증인(김진성)이 기억하는 내용을 설명한 게 아니라 이재명과 통화한 내용, 이재명이 보내 준 변론요지서를 보고 안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네”라고 답했다.

2018년 12월 22일과 24일 두 차례 통화에서 이 대표는 ‘KBS-김병량 시장 간 합의’를 얘기하며 김씨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기억나지 않고 잘 모른다는 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내주겠다고 했고, 전화로 그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그 내용을 기초로 진술서를 작성했고 2018년 12월 31일 및 2019년 1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비서실장 전형수씨(작년 3월 사망)에게 보냈다. A변호사와의 통화는 그 다음날인 1월 8일 이뤄졌다. 김진성씨의 기억을 확인하는 내용이 아니라 증언해주기로 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렇게 증언할 것인지 확인하는 취지라는 것이다. 김씨는 검찰에서도 “이재명으로부터 증언 부탁받은 내용을 A변호사가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검찰, “위증교사 혐의 입증하는 증거”

그러자 위증교사 변호인이 김씨에게 “이재명이 전화통화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도 증인이 보태서 말한 부분도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A변호사가 확인하고 있다고 느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씨는 “제가 기분 상할 정도로 확인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외람되지만 변호사의 출신까지 확인했다. 기자 출신이라는 것 알고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할 정도였다”고 했다.

변호인이 “A 변호사는 질문만 한 것 아니냐”고도 했지만 김씨는 “유도했다. 이미 다 알고 확인하는 취지로”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 녹취록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후 김씨가 위증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화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씨 또한 ‘A변호사가 자신의 숙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으며, 따라서 이 대표가 주입한 내용대로 답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녹취록이 오히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뚜렷하게 입증하는 증거여서 기소 당시부터 제출했다”며 “재판 마지막에 공개됐다거나 재판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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