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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기자24시] 더 많은 '천원 맥주'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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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지향은 '항상 저렴한 가격(Everyday Low Price)'입니다." 지난달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알리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코리아 대표가 한 발언이다. 알리의 메타인지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한국 시장에서 취해야 할 위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져서다. 고물가 시대에 한국 유통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향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계속 파고들 것이란 뜻으로 들렸다. 월마트의 가장 오래된 판매 전략인 '매일 초저가(EDLP·Everyday Low Price)'도 떠올랐다. 둘 다 유통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말이다.

한국 유통업계에서 불붙은 '1000원 마케팅'도 예사롭지 않다. 1000원 마케팅 역시 알리와 월마트가 그랬듯, 항상 저렴한 가격이라는 유통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듯 보여서다. 1000원 마케팅 상품은 가격을 앞세운다. 편의점 CU는 990원이라는 가격을 정한 뒤 상품을 출시한다. 회사는 '1000원 채소' 개발을 위해 개별 업체의 원물을 각각 매입한 후 나누는 과정을 버렸다. 대신 자동화·정보화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여러 농가의 채소를 한꺼번에 사서 나누는 방식을 도입했다.

홈플러스 '1000원 맥주'의 뒷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회사는 소규모 양조장(저장조 120㎘ 이하)과 협업해 세금 감면 효과를 이끌어 1000원을 맞췄다. 주류 소매가의 상당 부분인 주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상품 디자인과 작명은 내부에서 직접 해결했다. 당연히 두 상품의 가격과 판매는 '에브리데이'다.

그동안 유통업계의 전략은 어땠나. 가격은 두고 양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식품사의 '슈링크플레이션'은 많은 소비자를 분노케 했다. 양은 두고 품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은 더 고약했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전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고물가로 젊은 세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1000원 상품의 주된 소비자들도 2030이다. 더 많은 '10원 전쟁'이 더 많은 양질의 '1000원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이효석 컨슈머마켓부 thehy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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