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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뜨거운 바다, 초강력 '괴물 허리케인' 키웠다…최대 235조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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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위성으로 본 허리케인 밀턴의 모습. 사진 CIRA/NO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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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턴이 현재 경로를 유지한다면 100년 만에 탬파베이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될 것이다. - 탬파 기상청 "

괴물 허리케인으로 불리는 ‘밀턴(Milton)’이 미국 플로리다주 상륙을 앞두고 있다. 올해에만 2개의 5등급 허리케인이 발생한 가운데, 세계 기상학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열을 품은 바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플로리다 반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는 밀턴은 9일 밤 플로리다 중서부 해안에 상륙해 다음 날 플로리다 중부를 관통한 뒤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 해일·폭우 예고 “매우 위험한 허리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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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상륙을 앞두고 플로리다주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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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의 최대 풍속은 시속 270㎞로 허리케인 등급 중에서 가장 강력한 5등급까지 세력을 키웠다. 밀턴이 상륙하면서 탬파베이 해안에서는 최대 4.6m 높이의 해일이 일고, 플로리다 반도에는 최대 460㎜의 폭우가 내릴 전망이다. NHC는 “밀턴은 플로리다에 상륙할 때까지 매우 위험한 허리케인으로 남을 것”이라며 “오늘이 플로리다 주민들이 그들의 가족과 집을 (허리케인에) 준비시키고 대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플로리다에는 지난달 말에도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이 상륙해 최소 230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여전히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밀턴이 연이어 오면서 최악의 경우 235조 원에 이르는 전례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서운 성장 속도에 예보관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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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의 해수면 온도. 허리케인 밀턴이 고수온 해역(붉은색)을 지나고 있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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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허리케인의 발달 속도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밀턴은 불과 하루 만에 열대성 폭풍에서 5등급 허리케인으로 급격히 강해졌다. 플로리다 기상 예보관인 존 모랄레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허리케인”이라며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밀턴은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다섯 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이다. 앞서 7월에 카리브해 일대를 덮친 베릴까지 올해에만 2개의 5등급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1950년 이후 한 해에 5등급 허리케인이 두 개 이상 발생한 건 다섯 번밖에 없었다.

허리케인을 새로운 한계로 밀어붙이는 건 이례적으로 많은 열을 품은 바다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멕시코만에서는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 열파(Marine Heatwave)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전례 없는 수준으로 달궈진 바다가 폭풍에 더 많은 에너지를 더하면서 풍속과 강우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태풍, 고수온 해역 지나면 35% 더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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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고수온 영향을 받는 건 허리케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전지구 해수면 온도는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역시 올해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며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초토화했다. 최근에도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한 끄라톤이 대만을 휩쓸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명숙 박사 연구팀이 지난 38년간 발생한 태풍과 허리케인 312개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강도의 태풍이라도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강도가 35% 더 강해졌다. 강수량도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최대 2.5배까지 증가했다.

연구팀은 “태풍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바닷물이 대기 중으로 수증기를 활발하게 공급하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강하게 발생한다”며“이로 인해 대기 아래층에 형성된 태풍의 중심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한 비구름 떼가 발생하고, 태풍의 순환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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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태풍 끄라톤이 대만을 강타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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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와 라니냐 현상(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이 맞물리면서 태풍과 허리케인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올해처럼 라니냐 경향이 나타나면 서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데 설상가상으로 온난화까지 가세하면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운 좋게 태풍을 피했지만, 앞으로 더 강해질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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