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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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고위험상품 펀드 판매 비중이 은행과 증권사 모두 50% 내외로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원금보장과 같은 위험회피성 투자자가, 증권사엔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가 주된 고객 기반이라고 알려진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자본시장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수년간 빠르게 늘어나면서 업권 간 고객 성향 차이가 흐릿해진 단면이다. 하지만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의 가능성도 잠복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시중·지방·인터넷은행 등 17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50.4%다. 같은 기간 총자산 기준 상위 증권사 10곳의 고위험상품 비율(50.7%)과 엇비슷하다. 고위험상품 판매비율은 신규 펀드 판매 건수 가운데 펀드 위험등급 1~2단계 판매 건수 비중을 뜻한다. 현재 펀드는 위험 수준에 따라 모두 6단계로 구분된다.
은행과 증권사의 고위험 펀드 판매 비중이 엇비슷한 것은 사실상 서로 다른 업권의 고객 기반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기 이후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거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줄고 투자 계층도 위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 층 비중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17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비중은 2019년엔 26.0%에 머물렀으나 2020년(55.5%)에 50%대로 수직 상승한 뒤 꾸준히 50%를 웃돌았다. 한때(2021년) 고위험 상품 비율이 70%를 웃돌기도 했다. 당시엔 홍콩H지수에 연동하는 주가연계상품이 은행 창구를 통해 대대적으로 팔리던 시기였다.
또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상품을 팔려는 은행들의 전략도 고위험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진 배경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안정적인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수익 비중을 줄이는 대신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것을 공통 전략으로 수년째 삼아온 게 사실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불씨도 커져 왔다.
실제 고위험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위험 성향’(공격·적극투자형)으로 분류된 투자자 비중을 보면, 한 은행은 지난 2022년에 100%였다. 펀드를 구매한 고객 전원이 위험 성향으로 분류된 투자자였다는 뜻이다. 은행권에선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며, 투자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수수료가 큰 고위험상품을 팔기 위해 고객 성향을 잘못 분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쪽은 해당 은행명은 공개하지는 않았다.
은행 영업점에서 7년간 일한 한 직원은 “전국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펀드상품 소비자 100%가 위험성향 투자자였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라고 보기 힘들다”며 “은행 판매정책 설계상 문제가 있거나, 은행 직원이 위험성향이 나오도록 유도·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직원이 고위험 펀드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해당 상품 판매 실적이 핵심성과지표(KPI)에 큰 비중을 차지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발표된 금감원의 홍콩 이엘에스 검사 결과에서도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박상혁 의원은 “증권사 금융소비자보다 안전을 추구하는 은행 고객 특성을 생각해, 고위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를 막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을 어디까지로 정할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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