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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日도쿄의회 ‘갑질 방지 조례’ 제정... 80개 넘는 ‘괴롭힘’ 규정에 피로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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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의 방구석 도쿄통신]

조선일보

'카스하라'는 영어로 각각 손님과 괴롭힘을 뜻하는 ‘커스터머(customer)’, ‘해러스먼트(harassment)’의 일본식 표기를 합성한 말이다. 식당 등 가게를 찾은 손님이 점원에게 위압을 가하는 소위 ‘갑질’ 행위를 말한다./eiyoushi-hutab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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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가 ‘갑질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8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도의회는 최근 ‘누구든 어느 장소에서도 피고용인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이른바 ‘카스하라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카스하라’는 영어로 각각 손님, 괴롭힘을 뜻하는 ‘커스터머(customer)’와 ‘해러스먼트(harassment)’의 일본식 표기를 합성한 말. 식당 등 가게를 찾은 손님이 점원에게 위압을 가하는 소위 ‘갑질’ 행위를 말한다. 조례엔 ‘모든 손님은 종업원에 대한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적혔다. 적용 대상은 모든 도쿄도민과 방문자들이다.

일본 유통·서비스업 노동조합 ‘UA젠센’이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 중 최근 2년 내 카스하라를 당한 사람은 절반에 육박하는 47%였다. 구체적 행위론 폭언·협박이 가장 많았고 피해자 상당수는 수면 부족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최근 한 건설사 직원이 고객의 반복적인 질책에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당국은 내년 4월 조례 시행을 앞두고 어떤 행동이 ‘갑질’인지 판별할 지침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에·사이타마·아이치현, 홋카이도 등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려 지역 노동조합 등과 논의하고 있다. 국가 노동 총괄 부처인 후생노동성 노동정책심의회에서도 최근 카스하라 금지 법제화가 안건에 올랐다.

일본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을 넘어 지방·중앙 정부가 일제히 나서 ‘갑질 근절’에 열심인 상황이다.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은 근절 대상이지만, 일각에선 미국에서 역풍을 맞은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처럼 온갖 ‘○○하라’가 피로감을 유발하고 조직 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하라’에 대한 경각심은 1980년대 미국에서 건너온 ‘성희롱’ 개념이 ‘세쿠하라’라고 불리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카스하라, ‘파워하라(직장 내 갑질)’ ‘젠하라(성차별)’ 등의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겼다. 심지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를 칭송하는 말이 불편하다며 이를 ‘오타니하라’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교사·의료진의 조언이 갑질로 번질 수 있다는 ‘스쿠(스쿨)하라’와 ‘도쿠(닥터)하라’, 향수나 체취로 상대를 불쾌하게 한다는 ‘스메(스멜)하라’, 고용인이 입사가 내정된 취업준비생에게 다른 회사에 지원할 수 없도록 강요한다는 ‘오와(종료)하라’ 등도 ‘어디까지 갑질인가’란 논란을 빚어왔다.

일본의 ‘하라’ 피로감은 애초의 취지와 달리, 일상적 대화조차도 ‘하라’라고 몰아붙이는 사례가 늘면서 커지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직장에서 부하의 옷차림을 칭찬했더니 ‘세쿠하라’라 비난받고, 후배를 배려해 ‘먼저 퇴근하라’고 권유했더니 ‘호와하라(화이트<선의>+하라, 상사의 다정한 언행이 부하에겐 갑질로 느껴질 수 있단 것)’란 말이 돌아온다는 식의 반응이다. 닛케이비즈니스 등은 “일본 내 ‘하라’의 종류가 80개를 돌파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칭찬을 해도 상대가 불편해할 수 있단 분위기가 퍼져 사회 구성원 간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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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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