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결함 발견 못 한 영향, 사고 당시 속도증가 과정 해석 엇갈려
항소심 재판부 "사고차량 가속도 통상적인 수준, 다른 급발진 사례와 달라"
자동차 급발진 (PG) |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차량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해 교통사고 사망 사고를 낸 50대 운전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바뀌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대전지법 제3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이 인정한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뒀다.
사고 직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차량 감정 결과 및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심리위원들의 평가를 토대로 '제동장치·과속장치 등 기계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13초 동안 37.3㎞, 45.5㎞, 54.1㎞, 63.5㎞로 계속 증가하다가 시속 68㎞의 속도로 피해자를 친 뒤 보도블록과 보호난간 등을 충격하고 나서야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1심 법원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 속도가 오히려 증가해 결함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운전자가 착각해 브레이크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운전자가 착각해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강하게 밟았을 텐데, 가속페달을 밟은 강도, 지속 시간 등을 고려해보면 운전자의 과실을 상정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50% 미만의 강도로밖에 밟지 않았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사고조사 결과가 중요 증거자료로 채택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3초 동안 차량이 시속 37㎞∼68㎞로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가속도는 통상적인 수준이고, 이런 주행 행태는 다른 급발진 주장 사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속 페달을 절반 수준으로만 밟았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증거 자료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차량이 피해자와 도로 경계석, 난간 등을 들이받으면서 브레이크등이 여러 차례 점등된 점도 1심 판단은 방어 운전의 하나로 봤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패달을 밟은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브레이크등 점등과 관련해 국과수 감정인은 차량이 물체를 들이받은 충격으로 점등됐을 가능성을 설명했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을 때 브레이크 패달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장은 "브레이크등이 0.099초, 0.033초 등 매우 짧게 깜빡이는데, 이는 사람이 밟은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사고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은 아니고, 피고인의 가속페달 오인에 따른 운전 과실에 기인한 사고로 보인다"고 유죄로 판결했다.
운전자 변호인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께 그랜저 승용차로 서울 성북구 한 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이 대학 경비원 B(60)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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