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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연합시론] 노벨상 휩쓰는 AI…관련 기본법 제정도 못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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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 수상자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나왔다. 노벨상 과학 분야 3개 가운데 생리의학상을 제외한 2개를 AI가 휩쓴 것이다.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AI 머신러닝 분야의 기초를 확립한 연구진이 받았고, 화학상은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에 기여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AI 관련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잇달아 수상한 것은 AI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으로 공식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현대 과학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AI 분야 연구와 관련 산업 육성이 더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와 연구원인 존 점퍼 박사, 미국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를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대국을 펼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개발사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컴퓨터와 AI를 통해 단백질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공로를 설명했다. 전날 물리학상 영예를 안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현대적 AI의 토대인 머신러닝 등 알고리즘을 처음으로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이번 잇단 수상은 그간 보수적 성향이었던 노벨상에서 이변이라는 게 과학계의 반응이라고 한다. 노벨상은 인간의 창의성이나 과학적 발견에 대한 순수 학문 연구에 주어졌는데 AI는 순수 학문이라기보다 프로그램이자 기술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과학의 변방에 있었던 AI가 "마침내 햇빛을 받을 때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AFP통신)는 평가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AI가 과학 혁명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물론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AI 위험성을 줄곧 경고해온 힌턴 교수는 이번 물리학상을 받은 후에도 그러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대기업들이 안전성 연구에 그들의 자원을 훨씬 많이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오픈AI 같은 기업들이 안전성 연구를 마냥 미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AI 연구와 관련해서 후발주자인데도 그동안 발걸음도 더뎠다. AI 산업 육성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조차 국회에 몇 년째 발이 묶여 있다.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오는 2027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범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민간 산업계가 올해부터 4년간 AI 분야에 총 65조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세제 지원 등으로 돕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AI 2대 강국은 관련 분야에 여전히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AI 국제경쟁력 순위가 6위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1∼2위와 3위 국가의 격차도 워낙 크다고 한다. AI 선도국들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기초과학 연구 투자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AI 기본법 제정도 여야가 합심해 하루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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