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에도 2개월 넘게 방치… 市 “예고 기간 거쳐야”
이달 초 주민이 시신 목격… 차주와 동일 인물로 추정
지난 7월 20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제방 하천 부지에 1톤 트럭이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 트럭은 2개월 넘게 방치된 뒤 지난 3일 차 안 운전석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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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망성면 제방 하천 부지에 수개월간 방치된 1톤 트럭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차량이 방치돼 있다’는 최초 신고를 받은 뒤 2차례에 걸쳐 경찰관을 비롯해 익산시 담당 부서 공무원이 현장에 다녀갔으나, 차량은 두 달 넘게 그대로 방치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시신은 60대 차량 소유주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익산경찰서와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트럭이 1개월 넘게 버려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망성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해당 트럭은 제방에서 10m 떨어진 하천 부근에 보조석 쪽으로 기울어진 채 전도돼 있었다. 차량 앞부분은 불에 타 그을린 흔적이 있었고 유리창은 깨져 있었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인 A(63)씨에게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경찰은 내부 수색 후 단순 방치 차량으로 보고 익산시에 견인 요청을 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비가 많이 내려 땅은 늪지대인 상태였고,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어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차량도 많이 훼손돼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초 신고 후 사흘이 지난 7월 23일, 망성파출소 경찰관은 견인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익산시 교통행정과 담당 공무원과 재차 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경찰관은 다시 제방 밑으로 내려가 차량을 살폈고, 담당 공무원은 제방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특이점이 없다고 전달받은 담당 공무원은 A씨의 김제 주거지에 수차례 강제 견인 예고장을 보냈다. 현행 규정상 무단 방치 차량은 견인 예고장을 부착한 후 자체 처리 안내문을 발송한 뒤 1~2개월간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에만 견인할 수 있다. 견인한 뒤에도 몇 달간 보관하다 그래도 주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폐차된다.
지난 7월부터 방치돼 있던 1톤 트럭에서 백골 시신이 뒤늦게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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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보낸 자진 처리 안내문은 반송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예고 기간(2개월)이 훌쩍 지났는 데도 견인 조치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위치상 견인차로 트럭을 옮길 수 없어 크레인이 필요해 알아보고 있었다는 게 익산시 설명이다. 현행법상 차량을 무단으로 방치한 소유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무단으로 차량을 방치할 경우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고 기간을 되도록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차량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던 이유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트럭에 백골 시신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지나가던 주민이 먼저 목격한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차량 내부를 수색해 백골 시신을 확인한 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고,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A씨 아들과 유전자(DNA) 대조 분석 중이다. A씨 아들은 경찰에 “아버지와 연락을 끊은 지 오래돼 이 사건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차량에선 옷가지 등 갖가지 생활용품이 발견됐다”며 “사건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신과 A씨가 동일 인물로 추정되고 있고, 신원 확인이 되는 대로 숨지기 전 행적 수사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익산=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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