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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매경춘추] 건강한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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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65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는 인류의 숙명이고,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나이 드는 일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년기 웰빙을 가능하게 하도록 신체의 기능적 능력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헬시 에이징(Healthy ageing)'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데모테크(DemoTech)가 중요하다. 이는 인구변동(Demograph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데모테크가 온다'의 저자 김경록은 두 요소가 미래 사회와 경제를 결정짓는 핵심 동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세계적 미래학자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입을 빌려 "세상을 완전하게 바꾸고 싶다면 기술 혁신은 반드시 고령화와 흐름을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기술이 결국 고령화된 인류의 건강한 삶을 돕는 데 기여해야만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도 특히 데모테크에 주목해야 한다. 수명이 길어진 인류가 건강한 노후를 누리기 위해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술 혁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가 미국약물정보학회(DIA)와 공동 개최한 2024 글로벌 워크숍에서는 AI가 신약 개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AI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효과나 독성 예측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나 모델링에 활용돼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이오헬스 기술 혁신은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노후를 꿈꾸는 모두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AI는 개인의 유전 정보와 건강 기록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의료 기술은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로봇이 약 복용 알람을 해주는 등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며, 때론 반려동물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모든 제품의 수요자가 고령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데모테크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꼭 필요한 개념이다.

기술의 발전은 반가운 일이지만, 바이오헬스 기술 혁신이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정착하려면 규제적 관점에서의 준비도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기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게 하려면, 규제도 기술 속도에 발맞춰 과학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이 윤리적 관점에서는 타당한 것인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고령자들이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실효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헬스 기술이 '건강한 고령화'를 이끌 동력이 되길 바란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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