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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일자리 3분의1 밀집·대체불가 학군 "월세 400만원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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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남집중 리포트]

<1> 인구·교육·경제 '나홀로 질주'

서울 사업체 종사자 29% 몰려

GBC·테헤란밸리 육성 본격화

고임금 일자리 찾아 강남행 가속

非강남 지자체는 기업유치 사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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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서초구), GS리테일 역삼동 사옥(강남구). 롯데그룹 계열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사옥(송파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들 대기업 사옥의 공통점은 모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과 우수한 복지 혜택을 앞세우며 인재를 빨아들이는 대기업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매력적인 일자리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형성됐고 고급 일자리를 찾아 나선 샐러리맨들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몰렸다. 설계 변경 문제로 완공 시기가 불투명해졌지만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삼성동에 들어설 예정인 데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까지 모여들고 있어 전통적인 학군 메리트까지 더해 강남 집중 현상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에 등록된 118만 25개 사업체 가운데 21.4%인 25만 2517개가 강남 3구에 있으며 서울 사업체 종사자 579만 5425명 중 29.4%인 170만 4580명이 강남 3구 소재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 10명 중 3명꼴로 강남 3구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낙후된 주거 환경 때문에 인구 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강북 3구의 사업체와 일자리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3개 자치구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각각 9만 4492개와 28만 6675명으로 비중이 8%와 4.9%에 그쳤다.

회사 규모나 일자리 질에서도 강남 3구와 노도강의 격차는 극명히 갈린다.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보유 현황을 보면 337개 사업체 중 30.3%인 102개가 강남 3구에 집중됐지만 노도강은 9개뿐이었다. 고급 일자리 업종으로 분류되는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60만 5708개 사업체 가운데 43.2%인 26만 1599개가 강남 3구에 있다. 반면 노도강은 1.3%인 8059개에 그쳤다.

강남 3구의 일자리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앞서면서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렸다. 강남구 인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열 달 만에 54만 1130명에서 55만 8508명으로 1만 7378명 증가했다. 서울 인구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강남구 인구는 역주행하면서 올 8월 강서구를 제치고 처음으로 송파구에 이어 25개 자치구 중 2위에 올랐다. 강남구가 자치구 인구 2위를 기록한 것은 1992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처음이다. 강남 3구와 인접한 강동구 인구도 8월 은평구를 제치고 6위로 뛰어올랐고 지난달 또 증가세를 이어갔다.

강남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면서 송파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월세가 400만 원이나 돼 비싸지만 출퇴근길 시간이나 교통을 고려하면 강남 주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형편이 빠듯하지만 대출을 더 받고서라도 직장 근처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3구의 일자리 집중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 일대에 굴지의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교통·편의시설·공유오피스 등 각종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1층에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를 열고 테헤란로 일대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로 했다. 강남구도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설명회(IR) 활성화 지원 사업과 스타트업 해외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을 벌이며 젊은 기업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테헤란로는 국내 벤처투자자 67%가 집중돼 ‘테헤란밸리(테헤란로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결합한 명칭)’로 불린다.

일자리와 함께 교육도 강남 3구 쏠림을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자치구의 사설 학원 수에서 강남구(2500개), 서초구(1193개), 송파구(1110개)가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했다. 강남 3구 소재 학원 수는 4803개로 서울시 내 전체(1만 4414개)의 33.3%에 달했다.

일자리와 교육 수요가 늘면서 서울 안팎에서 강남 쏠림은 더 강해지고 있다. 정부의 시군구별 이동자 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 내 이동, 서울 밖 이동에서 모두 순유입을 기록한 자치구는 서울에서 강남구가 유일했다. 서울 내 이동 순유입은 7722명, 서울 밖 이동 순유입은 4171명을 기록했다. 이미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서울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강남 입성 욕구가 높다는 의미다.

이처럼 일자리가 인구 유·출입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주민 이탈에 시름하는 자치구들은 대기업 본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원구는 월계동에서 진행되는 4조 5000억 원 규모의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이전에 합의했다. 노원구는 “광운대역 일대가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새로운 경제 중심지가 되고 노원에 거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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