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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추운 겨울이 반가운 천연가스 E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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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울던 때가 언제였나


천연가스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잠깐용어 참조) 수익률이 심상찮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산업용 전력 수요가 줄며 내리막을 타던 천연가스 ETN이 최근 반등세를 보인다. 금리 인하와 인공지능(AI) 전력 수요가 재차 늘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가격이 뛰면서다. 여기에 계절적 수요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겨울 라니냐(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 가능성이 점쳐져 관련 시장 기대감이 커졌다. 통상 라니냐로 북반구에 추위가 몰아치면 천연가스와 난방유 등의 수요는 급증한다.

매경이코노미

천연가스 가격은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 상승세를 보인다. 사진은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입고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천연가스 ETN 수익률 보니

거래소 상위권 포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수익률이 높았던 국내 상장 10개 ETN 가운데 천연가스 상품이 6개 포진했다. 11~12위도 천연가스 상품이 차지했다. ‘메리츠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과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이 40% 수익률을 냈고, ‘대신 S&P 2X 천연가스 선물 ETN’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이 각각 수익률 39.9%, 35.8%를 거뒀다.

이들 ETN의 기초지수인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한 결과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올해 6월 이후 하락세였다. 천연가스 선물의 연결 차트(월물을 이어 만든 차트)로도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MMBtu(100만BTU 열량 단위)당 1달러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거래(10월물)부터 상승세로 전환 중이다. 금리 인하 분위기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천연가스 수요가 늘고 계절적 수요 증가 전망이 더해지며 상승 국면이 된 것. 11월물로 교체된 9월 20일 이후에도 가격이 뛰며 10월 1일 기준 MMBtu당 2.8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 동안 30% 이상 올랐다.

데이터센터향 수요 확대

파이프라인 업체 캐파 확장 계획

시장에서 바라보는 천연가스 가격 전망이 긍정적인 것은 미국 내 전력 수요,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관련 있다.

미국에너지관리청(EIA)은 올해 미국 총 전력 수요를 약 4106TWh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2.7%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다. 지난 5년과 10년 평균 증가율이 각각 0.2%, 0.4%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2025년 전력 소비량 역시 1.7% 증가로 평년 수준을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수요는 상업용 부문이 이끌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AI 시장 성장과 함께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데이터센터 등이 대표적 수요처다.

iM증권에 따르면 실제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버지니아의 올해 1~5월 누적 상업용 전력 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미국 전체(3.2%) 대비 큰 폭이다.

전력 수요가 늘수록 에너지원 부족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정책 등을 이유로 석탄 발전소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대체 에너지원으로 부상했지만 ‘양적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주목을 받는 게 천연가스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비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석탄 발전의 빈자리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메꿀 수 있는 안정적 에너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가스 발전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업체들도 최근 시장 분위기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윌리엄스컴퍼니즈(Williams Companies) 등 일부 업체는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스 공급 주문에 압도당할 정도(We, frankly, are kind of overwhelmed with the number of requests that we‘re dealing with)”라고 표현할 정도다. 미국은 특정 권역별로 소수의 공공·민간 발전사들이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전 애널리스트는 “이들은 올해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데이터센터와 각종 제조업 설비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언급했다”며 “언제까지 얼마나 늘지 정도의 차이일 뿐, 과거 대비 가파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돼 대응이 필요하다는 건 동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관련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도 하나둘 내놓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중심 PJM 권역을 담당하는 비스트라에너지(Vistra Energy)는 현재 24GW 규모의 가스 발전 용량을 2GW 추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플로리다와 인디애나 등을 담당하는 듀크에너지(Duke Energy)도 2028년 상업 가동 목표로 신규 가스 발전소 건설 추진 중에 있다. 텍사스 인근을 중심으로 미국 남부 ERCOT 권역의 엔터지(Entergy)는 4~5개 주의 데이터센터 업체와 천연가스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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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가능성까지 더해져

올겨울 ‘라니냐의 귀환’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천연가스 수요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AI 거품론 등이 불거지며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전력 수요가 줄고, 자연스레 천연가스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천연가스 상승 사이클 중심에 산업적 요인뿐 아니라 ‘계절적 수요’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가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반등이다. 바로 계절성”이라며 “천연가스의 주요 소비 기간은 여름철(냉방용)이 아닌 겨울철(난방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겨울은 ‘라니냐의 귀환’ 가능성까지 더해져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라니냐는 겨울철 북반구 지역에 평년보다 강한 추위를 동반한다. 이뿐 아니라 제트 기류를 약화해 북극 한파까지 야기하는데, 이로 인해 난방 수요는 비약적으로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는 평년 대비 0.5도 낮은 라니냐 구간에 들어섰다. 증권가 일각에선 천연가스 가격이 연말까지 목표 가격인 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잠깐용어 *상장지수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의 약어. 거래소(Exchange)에서 거래되는(Traded) 채권(Note)이라는 의미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 주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한다. 반면 ETN은 운용 주체가 증권사다. 또 다른 차이점은 신용 위험이다. ETN은 발행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상품이다. 발행사 파산 시 투자 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면 ETF는 펀드가 보유 중인 주식 등을 별도 신탁회사에 보관해야 한다. 발행사 파산 시에도 투자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ETN은 ETF 대비 추적 오차가 적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 ETF는 주가 변동에 따라 편입 종목의 비중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추적 오차가 발생한다. 반면 ETN은 이론상 추적 오차 발생 가능성이 낮다. 만기가 존재하고, 만기 시 만기상환금액 결정일의 지표 가치를 기준으로 만기상환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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