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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6] 미스터 대충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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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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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굴까? 이 사람을 모르는 이 없으니, 그 성(姓)은 차(差)요 이름은 불다(不多)라….” 이렇게 시작하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중국 근대기 최고 지성인 후스(胡適)의 ‘차불다(差不多) 선생전(傳)’이다.

중국의 대표적 국민성을 강하게 풍자한 글이다. 중국인들이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일상용어 ‘차불다’를 인격화해 그 언어 심리에 담긴 폐단을 지적했다. 중국인이 지금도 자주 쓰는 말 ‘차불다’는 본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쓰임새의 맥락에서는 ‘대충대충’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다’는 뜻이다. 세세한 차이를 따져보지 않고 서둘러서 일을 마무리하는 행위도 가리킨다. 후스의 글은 각종 비효율과 문제를 부르는 이런 중국인의 습속을 비판했다.

비슷한 흐름에서 쓰는 말도 적지 않다. “크게 보자면”이라는 대개(大槪), “아마도…”라는 느낌의 가능(可能), “그럴 수도 있어”라는 뜻의 야허(也許) 등 애매모호한 표현이 중국인 입말에서는 거의 습관처럼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동소이(大同小異)라는 성어도 그 하나다. “크게는 같고, 작게는 다르다”는 뜻이다. 같음과 다름의 동이(同異)는 중국인의 오랜 사유 대상이기도 하다. 같음을 추구하되, 웬만한 차이는 내버려 두자는 성어 구동존이(求同存異)도 그렇다.

늘 ‘차이’를 끌어들여 큰 통일체를 구성해야 했던 중국 역사의 맥락이 어쩌면 이런 ‘차불다’ 습성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 많은 ‘차불다’ 사고와 행위는 현대 중국에서 여전히 말썽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화웨이(華爲)가 최근 선보인 3단 폴더블 폰의 화면이 크게 일그러지는 사고를 불렀다. 진지함의 결여, 디테일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차불다’의 오랜 정신적 면모가 폰의 화면을 뚫고 나온 것 아닌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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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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