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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초고령사회, 일본에 길을 묻다] ① 치매노인 500만 시대 임박...정부, 공존의 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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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치매환자 472만명 전망
이미 2022년 노인 인구 12%가 치매 환자
치매와의 공존 필요성 대두
20년 전 치매 용어 ‘인지증’으로 변경
올해 ‘인지증 기본법’ 시행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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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치매’와의 공생에 나섰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5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서 치매 노인으로 등록된 인구는 443만 명에 달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장 내년에는 치매 환자가 약 47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치매 노인 인구가 523만 명으로 늘어나고 2040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5%인 58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경증 ‘인지증(치매의 일본식 명칭)’ 환자도 2040년에는 612만 명에 달해 치매 노인 인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일찌감치 치매 노인 대책 마련에 애써왔다. 일본은 우선 2004년 치매의 공식 명칭을 ‘인지증’으로 변경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모색했다. 한자어 치매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만큼 용어 자체에 편견이 담겨 있어 명칭부터 바꾸지 않으면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듬해에는 이른바 ‘인지증 서포터’ 제도를 신설해 치매 환자나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회 구성원 지원에 나섰다. 인지증 서포터는 치매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환자 대응 방법 등을 교육해주는 제도다. 올해 3월 기준 누적 1535만 명이 해당 제도를 통해 교육받았다.

일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 ‘공생(共生)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기본법(인지증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인지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존엄을 유지하며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단순 돌봄을 넘어 ‘치매’와의 공생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일본 정부가 치매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사회적 부담 때문이다. 고령화에는 가속도가 붙고 청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치매 환자 관련 대책이 단순 지원에 그치게 된다면 사회적 비용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노인 개호(돌봄) 비용은 2021년 기준 해당 가구당 월평균 4만8000엔(약 44만5000원)에 달하고 있다. 요양원 같은 시설 개호를 선택한다면 그 비용은 12만2000엔으로 늘어난다. 이에 부모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이직하는 이른바 ‘개호이직’이나 개호를 위해 취업을 하지 않는 청장년층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증 인지증 환자와 적극적인 돌봄이 없이도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환자를 구분해 경증 환자의 고용 촉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절반 이상은 경증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미국 바이오젠과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에 개호 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대폭 낮췄다.

치매로 판단능력이 감퇴한 노인을 대신해 자산관리나 생활, 의료, 개호 등을 법적 지원하는 ‘성년 후견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진행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제도 이용자는 25만 명 정도다. 치매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성년 후견제도 이용자는 크게 늘지 않아 제도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간 대리인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 피후견인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데다, 일단 후견인이 정해지면 원칙적으로 사망할 때까지 후견인 제도를 멈출 수 없어 개인의 기본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성년 후견제도 이용 기한을 정해, 해당 기간이 지난 후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정책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이투데이/김나은 기자 (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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