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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국감 나가는 뉴진스 하니… 의원들 ‘팬들이 지켜본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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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팬과 소통하는 플랫폼서

15일 국정감사 출석 의사 전해

조선일보

오는 15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 의사를 밝힌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 현직 아이돌이 국감장에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왼쪽) 하니는 지난 9일 밤 팬과의 소통 플랫폼 ‘포닝’에서 국정감사에 출석한다고 적었다.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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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현직 아이돌 그룹 멤버가 국감에 나오는 첫 사례다.

하니는 9일 밤 뉴진스의 팬 전용 플랫폼인 ‘포닝’에 “나 결정했어! 국회에 나갈 거야! 국정검사! 혼자 나갈 거예요”라고 올렸다.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인 하니는 한국어가 서툰 탓에 ‘감사’를 ‘검사’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니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스스로랑 멤버들을 위해서, 그리고 버니즈(뉴진스 팬덤명)를 위해서 나가기로 정했다”면서 “아직 매니저들이나 회사는 모른다.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나가는 게 맞다. 잘하고 오겠다”고 했다. 이어 “이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배움이 많은 경험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뉴진스, 버니즈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하니는 국감에서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진술할 전망이다. 하니는 그동안 소속사인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계열 레이블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지난달 30일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감에서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질의하겠다”며 하니를 ‘참고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대표인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는 ‘증인’으로 불렀다. 안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 등에 뉴진스 직장 내 괴롭힘 사실 확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니의 국감 출석은 22대 국회 첫 국감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하니의 국감 출석 배경에는 지난달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와 분쟁을 겪고 있는 민희진 전(前) 어도어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올린 영상이 발단이 됐다. 이 영상에서 하니는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계열사 그룹 매니저에게 ‘무시해’라고 들었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계열사와 그룹으로 지목된 빌리프랩과 걸그룹 아일릿 측은 “아일릿 의전 담당 구성원(매니저)은 ‘무시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뉴진스 팬들은 최근 문체위, 환노위 등 엔터사와 관계된 국감 현안을 다루는 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실에 ‘하니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달라’ ‘하이브의 부정행위를 다뤄달라’와 같은 집단 민원을 메일, 문자, 팩스, 전화 등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총공(총공격)’을 펼쳐왔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증인이 아니라 참고인이기 때문에 국감장에 나올지는 하니의 선택에 달렸다”며 “우리도 하니가 실제로 출석할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 환노위원은 “하니가 막상 나온다고 하니 부담스럽다. 열광적 팬클럽이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10일 국감도 시작한 지 40분 만에 파행됐는데, 하니를 불러 놓고 또 파행되는 거 아닌가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날 환노위는 “일제시대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다”라고 발언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김 장관이 거부하면서 40분 만에 파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조명한다며 아이돌 그룹 멤버를 참고인으로 부른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형적인 ‘국감 띄우기용’ 소환 사례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빌리프랩과 뉴진스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사내 폐쇄회로TV 영상은 현재 뉴진스에 아일릿 멤버들이 90도로 인사하는 장면만이 남아 있고, 애초에 녹음이 되지 않아 발언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환노위 관계자는 “뉴진스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맞는지부터 의문이고, 이를 국감장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며 “이보다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많은데, 국감이 다소 희화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가요계에선 “현직 아이돌이 국감장에 나가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그룹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유명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하니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을 자처하며 나선 것이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의 특성상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향후 계속 활동을 해 나가야 할 뉴진스의 이미지에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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