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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기준금리 인하했지만… 가계부채 불안에 대출 금리는 제자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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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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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당분간 대출 금리는 제자리일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대출금리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폭증했던 가계대출의 증가 폭이 지난달 줄긴 했지만, 한 달 경과 상황만 보고 가계부채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 자칫 기준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겨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여지도 크다. 금융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59~6.69%로, 지난달 말(연 4.50~6.69%)과 비교해 하단이 0.09%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연 3.66~6.06%로, 같은 기간 금리 하단이 0.0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주담대 금리는 시장 금리와 역행하고 있다.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하락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는 3.3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앞서 6월과 7월에도 전달 대비 각각 0.04%포인트, 0.1%포인트 떨어졌다.

그럼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은행이 가산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코픽스, 금융채 등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에 은행이 자체 산정하는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고공 행진하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주담대 증가세는 지난달을 기준으로 꺽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29조8898억원으로 전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1조773억원(0.14%) 줄었다. 그러나 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730조7458억원으로, 3영업일 만에 8560억원 증가했다. 지난 8, 9월에 접수된 주담대가 이달 들어 줄줄이 실행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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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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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부추겨 주담대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1년 이후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서울 주택 가격 예상 상승 폭은 0.83%포인트로, 이는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현 상황에서 금리 하락은 주택 매수 심리와 가격 상승 기대를 키워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긴급 브리핑을 열고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준비한 추가 관리 수단들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연말까지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DSR 규제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축소하는 등 고강도 규제가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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