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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한강 ‘트럼프 비판’ 뉴욕타임스 기고에 조선일보 “딴죽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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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강. 노벨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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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과거 그의 외신 기고에 보수 언론이 보인 반응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은 지난 2017년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키우던 때, 그는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우려와 한국은 아랑곳 않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칼럼에 담아 반향을 일으켰다. “현실의 전쟁이 될지도 모르는, 점차 고조되는 말의 전쟁이 우리는 두렵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반도의 남쪽에는 5000만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며, 그중 70만명의 유치원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인은 실제 한 가지만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평화적이지 않은 해법과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슬로건”이라는 대목은, 한국인에게 전쟁이 현실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적잖은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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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을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비판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한강의 기고를 비판했다. 전쟁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건 핵 도발에 나선 북한 쪽이라는 논리에서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7년 10월10일치 신문에서 “그에게 북핵과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한국인을 대변할 자격을 주었나,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한국 내에서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있는 현실에서 그의 글은 한국인들의 생각을 미국과 세계에 잘못 전할 우려가 있다”며 “그의 글이 트럼프도 싫지만 김정은은 더 아니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전쟁은 주변 강대국의 대리전 성격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백만의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기고 속 대목도 문제 삼았다. 신문은 “명백하게 사실을 잘못 기술한 것”이라며 “‘대리전’ 주장은 북한의 전쟁 책임을 얼버무리고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계에서는 “트집 잡기” “딴죽걸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현재 위기상황에 북한의 책임은 매우 크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의 위기상황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행보와 적절치 못한 언행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특히 한강 작가는 미국의 일간지에서 미국의 시민들을 향해 평화를 호소했다. 그렇기에 생경한 북한의 협박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는, 미국 시민들이 뽑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를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주변 강대국의 대리전이라고 규정한 것은 잘못된 기술이라는 조선일보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을 당시 냉전체계의 일부 속에서 미소 간 대리전의 양상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전쟁의 원인을 한반도 외부에서 찾는 시각들은 대체로 한국전쟁을 스탈린의 영향력 아래 시작한 전쟁으로 파악한다”며 “그렇기에 한강 작가의 표현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그해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를 통해 기고문에 대한 입장을 짧게 전했다. 그는 “이 글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북한의 독재 권력의 부당성은 모두가 당연하게 공유하는 상식적인 전제로서 바탕에 깔려 있으며,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한 거시적, 복합적인 인식은 북한이라는 구체적 전쟁 발발자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비판적 인식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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