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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적수 없는 유튜브 독주…K-플랫폼 설 곳 좁아졌다 영상 넘어 앱 시장 ‘구글 천하’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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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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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테크의 한국의 정보기술(IT) 플랫폼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튜브 등 외산 앱들이 국내 사용자들의 ‘시간’을 압도적으로 점유하면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래 핵심 소비층인 10대 사용자의 외산 플랫폼 편중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의뢰해 집계한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2주차(12~18일) 국내 스마트폰 전체 앱 사용시간 순위에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다.

해당 기간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4억 5691만 시간으로 2위인 카카오톡(1억 1654만 시간)과 4배에 가까운 격차가 생겼다. 8월 1주차(5~11일)와 비교하면 유튜브 사용시간은 약 382만 시간 늘어난 반면 카카오톡 사용시간은 334만 시간 줄어들어 차이가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3위인 네이버 앱의 사용시간은 8320만 시간에서 8098만 시간으로 감소했다.

한 달에 최소 1차례 서비스를 쓴 사람 수를 의미하는 월간활성사용자(MAU) 집계에서도 유튜브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7월 기준 유튜브 MAU는 4580만 8803명으로 2, 3위인 카카오톡(4500만 4079명)과 네이버(4308만 7420명)를 제쳤다. 구글 크롬과 구글 포털 앱도 5위권에 들며 구글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7월 구글 크롬 MAU는 3676만 6463명, 구글 포털은 3430만 9901명으로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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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주목할 점은 한국 10대들의 외산 플랫폼 치중 현상이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로 국내 ‘10대 이하(0∼만 1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사용시간(8월 12~18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글 크롬 등 외산 앱이 총 사용시간 1~3위를 싹쓸이했다.

소셜네트워크(메신저)로 범위를 좁혀보면 10대의 외산 앱 편중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10대 이하의 인스타그램 총 사용시간은 2280만 시간으로 3위인 카카오톡(1074만 시간)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인스타그램은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은 가입 연령의 제한이 없다.

특히 X(옛 트위터·1147만 시간)가 8월 들어 사용시간에서 카카오톡을 밀어내고 2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10대들이 선호하는 짧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앞세운 외산 SNS가 카카오톡을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쇼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등 숏폼 영상을 킬러 콘텐츠로 젊은 사용자층을 강력하게 ‘록인’하는 것이 외산 플랫폼들의 전략이다. 한번 사용자를 가둔 이후에는 메신저, 커머스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

실제로 요즘 10대와 20대는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내 메시지 전송 기능인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학생인 이나은 양(가명)은 “재밌는 동영상을 찾으면 이를 바로 공유하기가 훨씬 편해서 친구들끼리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고 전했다.

국내 플랫폼 숏폼으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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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별 숏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네이버 클립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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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인 ‘숏폼’ 이 한국 SNS 산업을 달구자 네이버는 빅테크가 선점한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본격 반격에 나선 상태다. 네이버는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며 클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관련 사업 고도화에 나선 상태다.

네이버의 차별화 전략은 쇼핑, 검색, 블로그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다. 블로그, 카페 등 UGC(이용자 생성 콘텐츠)를 오랫동안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적용해 숏폼 창작자를 빠르게 끌어 모으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쇼츠), 인스타그램(릴스), 틱톡 등 다른 숏폼 서비스와 차별점이다. 예컨대 숏폼 영상을 보다가 바로 쇼핑을 하고, 식당이나 여행 서비스를 예약하거나 더 궁금한 정보를 블로그에서 확인하는 식의 확장이 가능하다. 또 네이버웹툰, 스포츠, 뉴스 등 다양한 관심사·콘텐츠와 숏폼 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핵심 자산인 블로그와 숏폼(클립)의 시너지도 주목된다. 지난 20년간 네이버에서 3300만 개의 블로그가 개설됐고 28억 건의 글이 게시됐다. 블로그에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와 견고한 팬덤을 숏폼과 연계한다면 빅테크와 다른 새로운 숏폼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소년 자극적 콘텐츠 노출 우려도
정보기술(IT)업계 일각에서는 외산 앱의 10대 대상 시간 점유율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인 SNS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산 플랫폼의 경우 청소년 유해 콘텐츠, 가짜뉴스 등 대응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한국 지사가 아닌 해외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유해 콘텐츠가 워낙 많다 보니 대응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차단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자 각국 정부가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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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가 청소년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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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는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9월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일부 지역별로 SNS 연령 제한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4∼16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SNS가 청소년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연내 SNS 연령 제한법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시드니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12~17세 호주 청소년 중 약 75%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아이들이 현실에서 사람들과 진짜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호주 야당도 SNS 연령 제한을 지지하고 있어서 법안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내다봤다. 야당인 피터 더튼 호주 자유당 대표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후 100일 이내에 SNS 접속 가능 연령 제한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국에서 SNS에 담배처럼 ‘SNS는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다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9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법무장관들은 이 같은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부모 동의 없이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성 강한 피드 노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는 지난 6월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무총감 명의의 경고 표시를 SNS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요구할 때가 됐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머시 의무총감은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현재 비상 상황이며 SNS가 주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하며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뉴멕시코주는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미성년자를 불법 음란물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메타는 지난 1월 청소년 계정에 성적인 내용의 콘텐츠가 등장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성적으로 민감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타주는 18세 미만 아동이 SNS를 이용할 때 부모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올해 5월 영국의 통신미디어 규제 당국 오프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어린이가 자살, 자해, 음란물 등과 연계된 유해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연령 확인을 강화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각계 저명인사들이 SNS 연령 제한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청원은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SNS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청소년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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