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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쇼츠' 대신 책을"…한강 노벨상 수상, 독서열기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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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모처럼 활기…'텍스트힙'(Text Hip) 문화 기대감도

성인 연간 종이책 독서량 1.7권…"다른 책들도 관심 받았으면"

연합뉴스

한강 열풍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2024.10.11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장보인 기자 =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에서 짧은 영상인 '쇼츠'를 보는 데에만 시간을 쏟았는데 이번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한강 작가의 책을 사서 같이 읽기로 했어요."

직장인 정모(31) 씨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새로운 주말 계획을 세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면서 그의 작품들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수상자 발표 후 하루 만에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만 한강의 책이 30만부 정도 판매됐다. 서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도 한강의 작품으로 도배됐다.

자기계발서나 트렌드서 같은 실용서적이 차지하던 베스트셀러 목록을 모처럼 문학작품이 채우는 진귀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한강 책 중 쉬운 책', '한강 작품 읽어야 하는 순서' 등의 게시글이 공유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성인 독서율은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했는데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등이 꼽혔다.

연합뉴스

한강 작가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진열돼 있다. 2024.10.10 dwise@yna.co.kr


하지만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단순히 그의 작품뿐 아니라 독서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더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 중 노벨 문학상 수상자 탄생을 계기로 독서에 흥미를 붙이려 한다는 이들도 있다.

1년에 평소 책 1∼2권 정도를 읽는다는 대학생 정모(23) 씨는 "여가 시간에는 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만 봤는데 노벨상 수상 소식에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독서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지만, 펼쳐본 적 없는 책상 위 책들을 이제 차례로 읽어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독서를 '힙하게'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와 맞물려 독서 열풍, 나아가 침체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젊은 사람들이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는 것을 보고 독서가 유행이자 대세가 된 것 같다고 느꼈는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책을 가까이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아 애서가로서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백지연 문학평론가는 "노벨 문학상이 계기가 돼 사람들이 책을 읽고 책을 매개로 소통하게 되기도 하는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게 고무적"이라며 "그동안 사람들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한강 작품 외에) 다른 문학작품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우울한 뉴스도 많고 전세계에 전쟁도 이어지는 가운데 (노벨상 수상 소식이) 긍정적인 기운이 돼서 책을 읽고 세상을 해석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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