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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손님은 왕'이라던 日서비스업계, 이제는 '고객 갑질'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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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지자체 최초 갑질 '카스하라' 방지 조례…기업은 경찰 신고 등 단호 대응

저출산·고령화 일손 부족 상황서 고객 갑질에 퇴사 많아진 것도 강경 대응 배경

연합뉴스

로손 편의점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서비스 업계 직원들의 친절함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백화점과 호텔, 항공업계에서 깨끗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일본 '오모테나시'(환대)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일본에서 '고객 갑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공공기관과 서비스업계가 이제는 고객 갑질로부터 직원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쿄도는 이달 4일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카스하라'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카스하라는 영어 단어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인 '카스타마'와 '하라스멘토'의 앞부분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도쿄도는 조례에서 카스하라를 고객이 직원에 대해 업무와 관련해 현저하게 괴롭히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고객과 사업자 등의 책무로 카스하라를 막기 위한 대응을 취하도록 규정했다.

도쿄도가 이렇게 직접 나서 조례까지 제정한 것은 일본 사회에서 그만큼 고객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무릎 꿇리기, 협박, 비방 등 고객에게 갑질을 당해 우울증 발생 등 산재를 인정받은 정신적 피해자 수가 작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1년간 52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36.9%가 최근 5년간 고객 갑질이 '증가했다'고 했고, 38.2%는 '출근이 우울해졌다'고 답했다.

이에 공공기관과 외식이나 소매업종 등 고객과 접점이 많은 기업이 직원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손이나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 5월부터 고객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업원의 이름을 지목하며 비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명찰에 이름 대신 이니셜만 표기하는 것 등을 허용했다.

패밀리마트는 또 이달부터 점포 내에 카스하라 방지 포스터를 내걸고 고객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일본공수 직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홀딩스는 전화 상담에서 "죽이겠다" 등 폭언을 퍼붓거나 공항에서 무단으로 직원 얼굴 등을 촬영하거나 기내에서 승무원을 여러 차례 불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갑질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부당한 요구나 괴롭힘 수위가 올라가면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도쿄 지하철을 운행하는 도쿄메트로와 철도회사 JR동일본은 고객 행동이 갑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원칙적으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정했다.

도쿄도 내 10개 구청도 고객 갑질로부터 직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직원 명함에 성과 이름 대신 성만 쓰도록 변경했다.

특히 기업들이 직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손 부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객 갑질이 외식 업계 등에서는 직장을 그만두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 정부도 고객 갑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갑질 방지를 위한 '노동시책종합추진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마찬가지로 사업주에 상담 창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고객 대응에 대한 연수 실시를 요구하는 내용 등을 담을 방침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서비스 업계 슬로건을 악용해 갑질을 일삼는 일부 손님들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일본에서마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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