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전문가들은 시장이 만들어지는 지금 AI 산업과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구글, 아마존,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의 기업이 탄생한 것처럼, AI 시대를 이끌 기업을 키워 시장을 선점하면 미래 먹거리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머니투데이는 AI 정책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를 만나 올바른 AI 정책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안 교수는 기술고시를 합격하고 기술관료로서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정책 업무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AI 환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기업은 돈이 되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잘할 것이다. 초기에는 유행처럼 디지털 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 필요한 부분을 알아서 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의 경우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 지향하는 방향성이나 타이밍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공부문은 원래 느린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금은 민간과의 간극이 너무 커져 버린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한) 위원회 체제도 중요 요인 중 한다. 부처 행정 중심이다 보니 위원회 체제가 힘을 받지 못하고 어젠다를 끌고 가는 동력에도 한계가 있다.
-AI와 관련해 공공부문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데이터 공유가 안되는 점이다. 공공 데이터 포털이 존재하지만, 각 부처가 데이터 공개를 꺼리는 측면이 있고 공개된 데이터의 품질도 높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너무 강력해 실제 부가가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구비서류 제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법원은 가족관계증명서는 따로 발급하고 있어 온전한 데이터 전자유통의 장애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사업자 번호가 있다. 개인정보가 아님에도 문제 될 소지가 있다거나 민감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업자 번호가 들어간 데이터를 안 준다. 이런 부분 하나 못 풀면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다.
또 하나 기본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에 대한 인식과 이해 능력)가 낮다. 특히 고위직으로 갈수록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기술을 택해서 시스템을 구축할지, 클라우드는 어떻게 활용할지, 보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
우리가 전자정부는 잘한다고 평가받는데 전자정부와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전자 정부는 그냥 디지털 화다. 아날로그로 하던 것을 그냥 디지털로 바꾸면 된다. 등기를 보내던 걸 메일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전체 행정을 다시 재설계 해야 한다.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AI 정책은 진흥과 규제 중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하나?
▶진흥 정책과 규제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AI를 한다고 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그다음으로 한국, 프랑스, 일본 정도인데 이 안에라도 들어야 뭔가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대부분 부처가 AI 어젠다를 선점하려 하는 상황에서 진흥을 얘기할 수 있는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일부밖에 없다 보니 다른 부처들이 접근하는 게 규제 쪽이다. 규제 정책이 진흥 정책보다 하기가 쉽다. 그러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진다.
문제는 최근 만든 규제들은 결국 국내 기업에 역차별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구글 같은 기업이 과연 우리 규제를 잘 따를까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우리 기업만 어려워질 수 있다.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최소 수준으로 천천히 올려야 한다. 우리가 AI 관련 규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아직 수출해야 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미국이 규제를 못해서 안 하는게 아니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많은 선진국들이 굉장히 적극적인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자국 기업의 보호, 첨단 기술의 확보를 위해 선별적, 제한적으로 규제정책을 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산업 진흥을 위해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아무래도 리더십이 중요하니, 인공지능을 주요 국정과제로 다루고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장관급 이상의 국무위원들이 주요 어젠다로 다루고 직접 정책 조율 및 의사결정을 해야 진흥 이슈가 제대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삼권분립 제도하에서의 입법부의 기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입법부의 주 기능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것이니 인공지능 이슈를 전담하는 상설 상임위를 만들어서 범부처적 이슈를 다루며, 개별 부처가 다루지 못하는 정책적 공백을 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역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예 실행기관 단위에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각 부처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투고 충돌하더라도 그 아래서 이를 실행하는 지자체 등은 묶어서 관련 정책을 처리할 수 있다. 모든 지자체는 아니라도 서울시나 2~3개 광역시는 인구나 리소스를 봤을 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I 글로벌화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고 있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중국이 미국과 디커플링 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공백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것을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동북아시아에서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의 인재가 판교 같은 곳에서 얼마든지 AI 관련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가 외국의 고학력 창업에 대해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고 지원금도 주는 등으로 노력한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창업하는 것에 대해 국내 인재의 창업에 영향을 준다는데, 이건 고용이 아니라 창업이다. 테스라의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사람인데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미국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창업이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게 해야 한다.
-AI 시대 인재상과 이를 육성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결국은 펀더멘털(기초)이 중요하다. AI처럼 빨리 변하는 콘텐츠에 접할수록 펀더멘털이 중요하다. 챗GPT 공개 이후 AI가 난리인데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과거 파워포인트가 나왔을 때 학원 다니고 했다. 지금 누가 듣나? 그냥 쓰는 툴이 됐다. 새로운 도구가 생긴 것이고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한 건 기초적인 수학과 통계다. 어떤 것이 나와도 원칙이 되는 것이다. 코딩 교육이 인기인데 코딩 자체보다는 내용을 이해하며 왜 이런 식으로 코딩하는지 그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 외에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생각을 안 하고 점점 더 글을 안 읽는다. 많이 지적되지만 문해력도 크게 떨어진다. 뭔가를 읽으라고 하면 챗GPT로 요약한다. 따라서 창의적, 비판적 사고 이런 교육을 더 해야 한다.
이 밖에 앞으로 더 필요한 건 협업 역량이다. 단순한 건 AI로 대체가 된다. 많은 부분이 AI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창의적 생각 비판적 생각, 협업으로 할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해진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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