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묘한 성적을 냈다. 지난 8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67조4047억·2조4335억원) 대비 각각 17.2%·273.9% 늘어났다. 사상 최대 매출에 세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까지 기록했지만, 어째서인지 삼성전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찮다. 무엇 때문일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인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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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가장 먼저 적신호를 보낸 건 주가다. 7월 8일에 해당 월 최고가인 8만7400원까지 치솟았지만 3개월이 흐른 현재 5만9300원(10월 11일 기준)으로 32.1% 빠졌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10일 KB증권은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낮췄다.
이를 의식했는지 삼성전자의 수장은 공식적인 '반성문'을 썼다.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 부문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일 사과문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쳤다"면서 "이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운운하는 사과문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두개의 포인트에서 살펴봤다.
■ 관전 포인트❶MX사업부의 실적=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스마트폰‧TV 등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와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가가 내다본 MX(모바일) 사업부의 3분기 매출‧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1조원‧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0조‧3조3000억원)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원 줄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예상을 하회하는 폴더블폰 스마트폰 판매량과 부품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축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 '위기론'이 끊이지 않은 반도체 부문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스마트폰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은 뜻밖이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AI 기능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한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의 인기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두 제품의 국내 사전 판매량은 91만대로 전작(102만대)에 못 미쳤다. 두 모델이 갤럭시S24와 마찬가지로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했는데도 전작보다 못한 판매량을 기록한 건 삼성전자 AI의 흥행 열기가 그만큼 빨리 식었음을 시사한다.
[자료 | 한국거래소,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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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❷ 하반기 행보=문제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이든 AI폰이든 신작이 나오는 내년 초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여정은 녹록지 않다. 경쟁사인 애플이 AI폰 시장에 깊게 발을 담그고 있어서다.
애플은 지난 9월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16 판매를 시작했다. 텍스트 요약 및 교정, 메시지‧메일 요약, 사진 속 특정 사물이나 배경 삭제 등이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에 다행인 건 애플의 AI 기능이 '미완성'이란 점이다. 애플은 현재 미국 지역에 한정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베타 버전을 테스트 중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도 현재로선 영어뿐이다. 업계에선 애플이 내년 상반기에야 주요 국가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도입하고, 일본어‧중국어‧한국어 등의 언어를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진 삼성전자가 시간을 번 셈인데, 관건은 하반기 스마트폰 실적을 책임질 묘수가 있느냐다. 현재로선 그 묘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게 더 심각한 문제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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