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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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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있었다면”…재난현장에 뜨는 ‘특수목적 드론’[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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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전자, 세계 최초 ‘조명방송드론’ 개발

“세월호 때 조명탄 기능 아쉬워”

국가 재난 현장서 수색 등에 사용

드론 부품 국산화는 과제…AI 투자도

[안양(경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 7일 방문한 경기 안양시 소재 태경전자. 공장에 들어서자 내부에서 뿜어나오는 엄청난 불빛에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졌다.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드론 조명. 밝기는 5만 3000㏐(루멘)으로 자동차 헤드라이트보다 25배 밝은 빛을 낸다. 이 조명을 장착한 드론 덕분에 안전 사각지대에서도 수색·감시 등 특수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데일리

안혜리 태경전자 대표가 지난 7일 경기 안양시 자사 공장에서 조명방송드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태경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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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전자는 세계 최초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스피커, 카메라 등을 결합한 ‘조명방송드론’을 개발했다. 수색·감시·정찰·안내·경고·통제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한 특수목적 제품이다. 유사시나 군부대 작전·훈련, 국가 재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안혜리 태경전자 대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명탄을 투입했지만 밝지 않았다”며 “드론에 조명을 달아 현장을 비추면 장시간 밝게 유지할 수 있어 특히 야간인명 구조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명방송드론은 조명탄보다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조명 범위가 넓어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이다. 조명탄 사용 시간은 4분에 불과하지만 조명방송드론은 유선 전원 연결 시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조명 범위는 100m 상공에서 야구장 내야(직경 40m)를 비출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이날 공장에서 드론 조명을 켜자 눈부시게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천장에 달린 형광등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 실내가 급격히 어둡게 느껴질 정도였다. 통상 공부방에 필요한 밝기를 600㏐ 정도로 꼽는데 조명방송드론의 조명은 이보다 88배나 밝다.

드론에 달린 스피커는 대테러 작전이나 범죄자 추적 시 투항 권고 및 사이렌 경고 방송을 하는 데 유용하다. 스피커 성능은 105㏈(데시벨) 이상으로 가청거리 700m까지 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했다. 록 콘서트에서 나오는 소리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미 군에는 조명방송드론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태경전자는 군을 넘어 소방,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안전분야 컨트롤타워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방·경계 및 재난 분야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드론 부품 국산화는 과제다. 드론을 구성하는 배터리, 모터 등의 국산화율은 1% 안팎에 불과하며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태경전자는 내부 연구소를 통해 배터리 등 부품 국산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소에서는 드론 자율비행 시대를 대비해 인공지능(AI)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영구 태경전자 상무는 “현재 기술로 미리 경로를 지정하면 드론이 알아서 목적지로 가는 경로비행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나무 등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고 새로운 경로를 찾아 비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8406억원(2021년)이던 국내 드론 시장 규모는 2032년 3조 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태경전자는 단순 드론을 넘어 약 52조원의 국내 재난안전 시장, 약 59조원의 국방시장을 겨냥한다는 목표다.

안 대표는 “회사의 주요 수익모델은 방산용 전자부품 인쇄회로기판(PCBA)이지만 내년이면 드론 매출이 PCBA를 추월할 전망”이라며 “조명방송드론뿐 아니라 소총드론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각화해 올해 70억원, 내년엔 100억원의 매출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특수목적용 안전제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고 회사의 비전인 ‘해가 지지 않는 안전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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