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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랩 너무 행복해 시한부 숨겼다"…칠곡 할매래퍼 안타까운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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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할매래퍼'로 불리는 8인조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멤버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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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암에 걸린 것을 숨겼습니다.”

평균 연령 85세의 8인조 래퍼 그룹인 ‘수니와칠공주’의 멤버 서무석(87) 할머니가 래퍼 활동을 위해 암 투병을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부터 래퍼 활동을 하던 중 몸의 이상을 느껴 대학 병원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1월 림프종 혈액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서 할머니에게 시한부 3개월 판정까지 내렸다.



혈액암 판정받았지만…활동 전념



하지만 서 할머니는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 활동을 더는 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수니와칠공주는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경북 칠곡군의 래퍼 그룹이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85세에 달해 ‘할매 래퍼’라고 불린다. 짧은 활동 기간에도 로이터통신 등 세계 주요 외신에 소개되고 대기업 광고 모델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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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할매래퍼'로 불리는 8인조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는 지난 1월 혈액암 판정을 받았지만 이를 숨기고 래퍼 활동을 해 왔다. 사진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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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들이 한글 공부를 하다 우연히 만든 래퍼 그룹이다. 할머니들은 한글 공부를 하다 인터넷에서 랩 공연을 접했고 한글 선생님에게 랩을 배워 그룹을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창단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받자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인기 비결은 할매 래퍼들의 인생 애환이 담긴 랩 가사였다.

혈액암 판정에도 수니와칠공주 멤버로 열심히 활동했던 서 할머니는 의사가 예측한 3개월을 훌쩍 넘겨 9개월 넘게 래퍼 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갑자기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지금은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가족들 “랩 하는 행복감으로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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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서 평균 85세의 힙합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이 1주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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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65)씨는 “랩을 하시면서 웃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며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고 전했다.

전씨는 또 “어머님은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시고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며 “어머님이 랩을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칠곡군과 랩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니와칠공주와 각별한 인연은 이어온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라고 했다.



“건강 되찾길”…이어지는 응원들



원조 할매래퍼 배우 김영옥씨는 “만나서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며 “저의 팬이니 부탁을 들어주셔야 한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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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할매래퍼'로 불리는 8인조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원조 할매래퍼'인 배우 김영옥씨에게 보낼 손편지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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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병원을 찾아 쾌유를 기원한 김재욱 칠곡군수는 “서무석 어르신은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불살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셨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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