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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속죄의 날'에도 막무가내… 레바논 유엔군 공격·가자 포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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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지상전에... 유엔평화유지군 5명 부상
이스라엘, 유엔 철수 요구… '강제진입' 의혹도
가자 포위 8일째 지속... "죽이든, 굶어 죽이든"
'속죄일 이후 이란에 보복' 관측에... 확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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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나바티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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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키푸르(속죄일·11일 일몰~12일 일몰)에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가자지구 양면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고, 가자지구 북부 포위 강도도 계속 높였다. '이스라엘이 속죄일 이후 대(對)이란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개하는 날… 이스라엘 "280개 시설 타격"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욤키푸르가 끝난 12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24시간 동안 레바논·가자지구에서 목표물 28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 50명,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 약 20명을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단식하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속죄일'에도 아랑곳없이 공세를 이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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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유지군(UNIFIL) 대원들이 12일 레바논 남부 마르와힌 마을의 감시탑 옥상에서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을 감시하고 있다. 마르와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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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UNIFIL 기지 주변에서도 군사 작전을 전개한 탓에 UNIFIL 피해가 속출했다. 2000년 유엔이 공포한 레바논-이스라엘 경계선인 '블루 라인'에 주둔 중인 1만 명 규모 유엔군마저 IDF의 위협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11일 밤에도 나쿠라 기지 주변에서 UNIFIL 대원 1명이 총상을 입는 등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개시 이후 5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UNIFIL은 13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날 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의 우리 군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한국 등 세계 40개국은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UNIFIL 공격을 규탄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비난에도 이스라엘의 태도 변화는 없다. 오히려 레바논 북부 데이르빌라 등에도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공세를 더 강화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유엔에 'UNIFIL의 전투 지역 철수'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추가 공격을 예고한 격이다.

헤즈볼라도 욤키푸르 기간 중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등 320기를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12일 성명에서는 "어제 텔아비브 외곽에 자폭 무인기(드론) 편대를 출격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IDF의 포위 작전도 8일째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약 40만 명이 몰려 있는 지역이지만, 이달 초부터 식량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는 게 유엔 설명이다. 이러한 IDF 작전과 관련,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 전직 고위 장교 그룹이 구상한 '장군 계획'을 채택한 듯하다고 짚었다. 지오라 아이랜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장은 "가자 북부 주민이 떠날 수 있도록 열흘의 시간을 준 뒤 그 지역을 군사 지역으로 설정하면, 그곳에 머무르는 주민들은 항복하든 굶어 죽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류 인원'은 하마스 대원으로 판단, 몰살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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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바스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주변에 보안 요원 및 언론인들이 모여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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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일 지났으니... '이란 보복 계획' 실행하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12일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에너지 인프라로 타깃을 좁혔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의 공격이 될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듯하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드 배치는 미군 주둔과 같은 말이다.

이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 CNN방송은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강도를 줄이고, 테헤란 보호에 도움을 받고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항공기 내 휴대폰 이외 통신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등 내부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지난달 17, 18일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탄 테러'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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