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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노벨상 작품을 한국어 원서로 읽다니"... 서점 오픈런에 50만부 '불티' [한강,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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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강 신드롬’

베스트셀러 1∼10위 모두 차지

판매량 급증… 최고 7500배 늘어

유럽 등 해외서도 ‘품귀’ 이어져

伊·佛선 ‘채식주의자’ 연극 올려

한강 “깊이 감사”… 회견은 고사

부친 “전쟁으로 주검 실려 나가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고 말해”

대한민국이 한강에 빠져들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이후 서점가에서는 한강의 작품이 50만부 넘게 팔리며 재고가 동났다. 누리꾼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서로 읽을 수 있어 감격스럽다”며 서점과 도서관으로 몰려갔다. 영국 런던의 주요 서점에서 한강 작품이 매진되는 등 유럽과 남미, 아시아에서도 ‘한강 열풍’이 이어졌다. 한강은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세계일보

한 시민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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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한강 찾아 ‘오픈런’

13일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이날 오후 2시까지 53만부가량 팔렸다. 교보문고에서는 수상소식이 발표된 10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정오까지 26만부가 나갔다. 예스24에서는 이날 오후 2시까지 27만부가 판매됐다. 알라딘도 11일 오후 2시 기준 7만부를 돌파했다. 알라딘 물량까지 합하면 세 서점 판매량만 60만부다. 알라딘은 휴일 판매량이 빠진 수치라 실제 판매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문고 측은 “10∼12일 판매량은 전일 동기간(7~9일)보다 910배 늘었다”며 “주말에 소량씩 책이 입고됐으나 들어오자마자 모두 팔려나갔고, 월·화요일에 차례로 많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 1∼10위는 한강 작품으로 도배됐다. 20위권도 2권을 제외한 18권이 한강 작품이었다. 판매 증가율은 엄청났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노벨상 발표 후 하루 만에 판매량이 7500배, ‘소년이 온다’는 1845배 뛰었다.

도서관에서도 ‘한강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직장인 김모씨는 “서울 시내 서점 두 군데에 들렀는데 한강 책이 전혀 없어 도서관 두 곳을 가보니 유명 작품은 물론 에세이집, 단편집조차 모두 대출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문량 급증으로 출판사 재고는 대부분 소진돼 증쇄에 들어갔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와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시간’ 등을 보유한 문학동네는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문학동네 이현자 편집국장은 “‘작별하지 않는다’만 15만부, ‘흰’도 3만부를 증쇄키로 했고, 다른 책들도 증쇄를 결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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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가 코너가 책들이 모두 팔려나가 텅 비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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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한강 앓이’

노벨문학상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와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도 한강 열풍이 이어졌다.

한강에게 부커상을 안겼던 영국 런던의 주요 서점에는 12일(현지시간) 한강의 번역본 도서가 일찌감치 동난 것도 모자라 한글 원서까지 불티나게 팔렸다. 도심 번화가 소호에 있는 대형 서점은 주영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하고 40여부의 한글 원서를 준비했는데 하루 만에 동났다.

지난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을 출간한 현지 출판사 그라세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11일 “서점들이 출판사까지 직접 찾아와 여유분이 없냐고 물을 정도”라며 “우리도 남은 게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명품 거리 서점가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대형 서점인 반스앤드노블 직원은 “이틀 전에 마지막 한 권이 팔렸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체인형 서점 맥널리잭슨 록펠러센터점에서도 “이틀 전에 한강 책이 다 나갔다”며 “노벨 수상자로 결정되기 전에도 한강의 책은 잘 팔렸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명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연극으로 제작해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올린다고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등이 밝혔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으로 꼽히는 라나시온은 “한강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소설가로 우뚝 섰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한국과 수교를 맺은 쿠바의 가장 영향력 큰 관영지 ‘그란마’는 “한강을 읽는다는 것은 성찰의 길로 뛰어드는 것이며, 인간과 자아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며, 예술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자 그 과정에서 양보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강 작품에 대해 “전쟁, 격차, 분단. 고뇌로 가득한 세계에서 점점 더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주요 매체들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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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책마당서 즐기는 한강 소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저서와 각국에 출간된 번역본이 놓여 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한강 작가의 작품은 교보문고·예스24 두 곳에서만 이날 오후 2시 기준 53만부가량 판매됐으며, 대부분 서점에서 재고가 동났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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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마음 깊이 감사”

국내외 환호 속에 한강은 출판사들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강은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언론에 전한 문자메시지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한강은 따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혔다.

송은아·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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