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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미친 날씨'에 돈줄 터진다…미국 올라탄 국내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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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 돈줄 터질 종목



■ 경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연례보고서에서 ‘산불’이라는 단어를 300번 가까이 반복하며 전력 자회사인 퍼시피코프(Pacifi Corp)에 대해 “수익성이 전혀 없거나 파산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예상 손실 추정치가 24억 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노후화한 전력망이 일으킨 자연재해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전력망 신규 교체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살아남을 기업은 어디일까. 머니랩은 이미 현실이 된 기후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기후 위기 속에 ‘자산의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RE100·탄소세 등 규제 세져…해상풍력·태양광·ESS ‘수혜’



“미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1960~70년대 지어져 거의 모든 인프라가 교체 주기에 들어가 있다. 또 C등급 이하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C등급 이하 전력망일 경우 1~2년 내 즉각 송·변전 설비에 투자하고 10년 이상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은 향후 5년간 미국에서 10만 마일(약 16만㎞) 규모의 송전선 개선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주목할 시점이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본부 2팀장)

# 머스크도 주목한 전력 인프라 수혜주

여기에 미국은 제조업 리쇼어링, 인공지능(AI) 확대 등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4.7% 증가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월 ‘보쉬 커넥티드 월드 2024’에서 “1년 전에는 AI 반도체칩이 부족했지만, 그다음엔 전기와 변압기가 부족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미국에선 전기료가 오르고 전력망과 발전소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업체인 ‘PJM인터커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기 경매 가격은 지난해보다 9배 급등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생산량을 토대로 추정할 경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이 전체의 20~30%에 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태양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설치한다고 해도 1~2년이면 된다.”(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AI로 인한 친환경 전기 수요의 증가는 대통령 선거의 여파도 피해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을 ‘그린 뉴 스캠(scam, 신종 사기)’이라고 비판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예산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8월 IRA 통과 후 미국에서 발표된 3460억 달러(약 460조원)의 투자액 중 78%가 공화당 지역구에 배정된 만큼 트럼프가 이를 철회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는 임기(2017~2021년) 동안 태양광 세액 공제 1회, 육상풍력 세액 공제 2회, 해상풍력 세액 공제 신설 등 재생 에너지에 우호적인 정책을 썼다.



AI 확대로 전력 수요 폭증…미 전기 경매가 1년새 9배 ↑



“AI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의 문제라서 AI 전력망 투자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투자가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대선 토론회에서 ‘태양광과 전기차의 빅팬’을 자처했고 해리스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법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지지층의 80%가 태양광을 지지하고 있고, 최대 ‘스윙 보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가 셰일가스를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서다.” (은기환 책임운용역)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기후 변화 트렌드에 맞춰 해외 주식 중에서는 미국 전력 인프라와 태양광, 풍력 산업을 유망하게 본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현재 실적 개선 속도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전력 기기다. GE(제너럴일렉트릭)에서 분사한 ‘GE버노바(Vernova)’의 전력 사업부는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하반기에 흑자가 됐다. 중저압 변압기 위주의 ‘이튼(Eaton)’, 전력망을 설치해주는 EPC(설계·조달·시공) 솔루션 업체인 ‘콴타서비스(Quanta Services)’도 유망하다. 또 태양광 사업은 IRA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이다. 현재 태양광 모듈의 경우 중국 업체를 빼면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와 ‘한화솔루션’만 남은 상황이다. 금리 인하에 따라 ‘인페이즈에너지(Enphase Energy)’ 등 주택용 태양광 업체도 전망이 좋다.” (김효식 팀장)

# 수출 모범생에서 낙제생 될 위기

이에 비해 한국은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 준비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따르면 태양광·수력·풍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10년 1% 수준에서 2023년 기준 9%로 높아졌지만, 선진국(미국 21%, 유럽연합 45%)에 비하면 발전 속도가 더디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화석연료와 관련한 설비가 ‘좌초 자산’이 되는 시기가 급격하게 오고,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발효되면 그야말로 한국 기업은 ‘가마솥의 개구리’ 신세가 된다. 또 당분간 CBAM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 예컨대 삼성전자 같은 기업도 고객사로부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미래 영업 손실을 입게 된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연기금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 이런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김종대 SDG 연구소장 겸 인하대학교 ESG 센터장)



미 ‘산불 원인’ 노후 전력망 대거 교체 주기 돼 ‘노다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여전히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다. 상대적으로 자연조건이 불리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인 정책, 규모의 경제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서해 해상 풍력의 경우 수심도 얕고 중상급 풍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본격적으로 건설에 착수하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조성 과정에서 전력망 연결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한국전력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한국전력이 2022년 수립한 송·변전 설비 신규 건설사업 112건 중 올해 6월 말까지 공사를 시작한 사업은 한 건도 없다.”(김효식 팀장)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중에선 RE100과 관련된 수혜주나 미국 전력 수요를 겨냥한 투자 전략을 추천한다. RE100과 관련해선 국내 해상풍력주, 미국 전력 수요와 관련해선 태양광·전력기기·ESS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당장 가시화된 이슈는 아니지만 추후 ‘RE100’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대만의 TSMC는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달성 목표를 60%로 올렸다. 동아시아에서 대규모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해상 풍력이기 때문에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해상 풍력이 필수다. 관련주로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대명에너지와 SK이터닉스가 있고, 해상풍력 하부구조를 만드는 SK오션플랜트가 있다.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전력케이블과 전력기기를 만드는 회사로는 LS전선이 속한 LS,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있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와 관련 국내 기업 중에선 ESS 배터리 비중이 높은 삼성 SDI를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넥스트라에너지(NextEra Energy)’와 대규모 공급 계약도 앞두고 있다.” (은기환 책임운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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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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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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