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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단독] 연대 수시 논술시험, 1시간 전 온라인에 문제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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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열 ‘논술 100% 전형’서 사고

조선일보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로 가득 찼다. 캠퍼스 입구에는 ‘시험 당일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연세대에서는 논술 시험 문제가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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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모집 자연계열 논술 고사 도중 수학 시험 문제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유출된 정황이 지난 12일 나타났다. 이날 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없이 100% 논술 고사 성적으로 선발하는, 사실상 본고사나 다름없는 시험이었다. 이과대학·공과대학·치과대학 등 신입생 261명을 선발하는 이날 논술 고사에 2000명가량이 응시했다. 대입 시험 문제 유출은 1992학년도 학력고사 문제지가 사전에 흘러 나간 이후 전례가 거의 없다. 연세대에서도 1885년 개교 이래 유례를 찾기 어려운 문제 유출 논란이다.

연세대의 이날 수시 모집 자연계열 논술 고사는 서울 신촌캠퍼스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문제지·연습지·답안지 배부 시각은 오후 1시 50분이었다. 그런데 경영관 104호 고사실에 들어온 감독관 2명은 12시 55분에 문제지 등을 배부했고, 시험 시작 전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관은 약 15분 뒤인 오후 1시 10분쯤 배부 시각을 착각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문제지를 회수했다.

수험생 제보 등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12시 52분에 감독관이 문제지를 점검할 때 1번 문항을 봤다는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정사각형 4개 등분 되는 직사각형 그림 있다” 같은 내용이었다. 전체 10문항(100점 만점) 중 1번 문항(10점)과 동일했다.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지 내용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1시 11분쯤부터는 “문제를 올릴 거면 끝까지 올려라. 왜 지우냐”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면 벡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어 유출된 문제의 과목명과 풀이법 등이 차례로 올라왔다.

학생과 학부모, 입시 전문가들은 해당 전형이 ‘논술 100%’로 본고사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연세대는 자연계열 논술 시험을 통해 이과대학·공과대학·치과대학 등에서 총 261명(전체의 15.4%)을 선발한다. 수학과 경쟁률은 43.3대1이나 됐다.

연세대는 13일 부총장 주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연세대는 13일 심야 입장문에서 “감독관 확인 과정에서 인지된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이라며 “논술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 촬영 등을 통한 ‘온전한 유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험 시작 전 문제지가 배부된 사안과 무관하다”고도 했다. 문제지가 일찍 배부된 104호 고사실이 아닌 다른 고사실에서 문제 내용이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지만 연세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180여개 고사실에서 시험이 치러지면서 휴대전화 통제 등이 허술했을 가능성은 연세대도 인정하고 있다.

연세대는 일단 재시험은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학부모는 “33명에게 문제가 1시간 전 공개된 것 자체가 시험의 공정성이 깨진 것 아니냐”라며 반발한다. 논술 고사 당일 문제지에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것이 발견돼 시험 종료 시각이 20분 늦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논술 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시험 감독이 고교 내신 시험보다 허술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한 수험생은 “중간에 화장실도 얼마든지 허용됐고 자리에 칸막이도 없었다”며 “계단형 강의실에선 앞자리 수험생 책상도 훤히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문제를 15분 동안이나 먼저 훑어봤다면 시험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수험생 학부모는 “아이가 특강을 들으며 며칠을 논술에 올인했다”며 “수능까지 남은 상태에서 아이 정신력이 흔들릴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정말 이례적인 사고”라며 “사실상 본고사나 다름이 없고, 서울대·고려대 등도 함께 지원한 상위권 학생이 상당수라서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학생·학부모들이 소송 등 조치에 나선다면 전체 대학 입시 일정에도 큰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며 “아직까지 재시험 계획은 없지만 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본다”며 “연세대의 후속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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