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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기고]생활형숙박시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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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생활숙박시설은 숙박과 주거기능이 혼합된 유형이다.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호텔에서 객실 일부를 아파트처럼 개조한 것이 시초가 됐다. 정부도 장기체류를 위한 숙박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해 2012년 공중위생법 시행령과 2013년 건축법 시행령에 생활숙박시설을 명시했다.

문제는 생활숙박시설의 성격상 숙박과 주거의 경계를 구분하기 모호하다는데 있다. 소유자가 계속 거주하는, 그야말로 오피스텔과 같은 형태도 확산했다. 당시에는 정부나 지자체도 생활숙박시설이 주거로 쓰이는지, 체류를 위한 일시적인 거주기능으로 사용되는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후 생활숙박시설은 10만실을 훌쩍 넘었다. 건축물 형태 역시 주상복합, 오피스텔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일반 아파트와 똑같이 건축된 것도 있다. 수분양자들도 오피스텔처럼 주거로 인식하고 분양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2021년 1월 정부의 태도가 급변했다. 애당초 숙박시설이니 숙박업 신고를 하고 숙박업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주거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불법건축물로 간주해 이행강제금 부과를 예고했다.

현행법상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이 아닌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맞지만,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장기숙박과 주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어렵고, 2021년 이전 정부와 지자체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생활숙박시설은 이미 주거 형태로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엄격한 법 집행만 강조한다면 수 많은 수분양자들과 임대인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클 뿐 아니라, 각종 분쟁과 소송 등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 주택공급이 절실한 현 시점에 소중한 주거공간도 잃게 될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단기적인 해결방안은 생활숙박시설을 주택법에 의한 준주택 유형 중 하나인 오피스텔로 활용하는 것이다. 당장 모든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학교 등 필수 기반시설 부족, 주거환경 확보 문제, 주차, 화재 등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때 우려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건축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가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건축기준을 최대한 완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으며 특혜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도시계획은 도시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건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혜시비의 경우도 지자체의 의지가 있다면 현물 기여 등의 방법을 통해 통해 풀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미 주거로 사용되는 생활숙박시설을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하면서까지 주거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도시관리 측면에서 무슨 실익이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생활숙박시설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도시에서 바람직한 용도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지자체가 협업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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