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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또 대만포위 훈련하는 中…촘촘해진 대만봉쇄 '아나콘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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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중국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전 봉쇄 훈련을 시작한 가운데 항모 랴오닝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중국중앙방송(CC-TV)가 공개했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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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대만을 에워싸는 전방위 실전 훈련에 나섰다. 중국은 훈련 사유로 대만 정상의 독립 성향 발언을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등 '힘의 공백기'를 노린 도발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때마침 북한이 전방에 '사격준비태세'를 내리는 등 한반도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미국이 동시다발적인 역내 긴장 고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시험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14일 대만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변인을 통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육·해·공·로켓군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라이칭더(頼清徳) 대만 총통이 공개연설을 통해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선포한 것과 관련한 대응 조치라면서다.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독립을 도모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충격과 공포(震懼)"라며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 통일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은 인민해방군이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던 2022년 8월과 지난해 5월 훈련을 포함해 이번 훈련까지 총 세 차례에 걸친 군사훈련 구역의 좌표를 모두 표시한 지도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도발이 심해질수록 포위를 더욱 옥죄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냈다.

동부전구 측은 이번 훈련명을 '합동 날카로운 칼날(聯合利劍·연합이검)-2024B'이라 불렀다. 지난 5월 23~24일 라이 총통의 취임식 사흘 뒤 실시한 '연합이검-2024A'의 후속 훈련이란 의미다. 훈련 범위는 대만해협과 대만 본섬의 북부·남부·동부 해역 외에도 중국과 인접한 진먼(金門)·마쭈(馬祖)섬 주위도 포함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날 중국의 군사 조직인 해양경찰도 대만 본섬 주위를 포위하는 항행작전을 예고했다. 류더쥔(劉德軍) 중국해경국 대변인은 "총 4개 해경 편대가 대만섬 주변 해역에서 법집행 순찰과 대만섬을 에워싸는 관리통제 순항을 전개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섬을 법에 따라 관리 통제하는 실제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푸젠(福建)해경은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마쭈 열도의 "둥인(東引), 마쭈섬 부근 해역에서 종합 법집행 순찰을 전개한다"며 "허가증 식별, 승선 검사, 관리·통제 및 쫓아내기 등의 과목을 중점적으로 훈련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고강도 압박에 들어간 건 표면적으론 지난 10일 라이 총통의 '쌍십절(신해혁명이 일어난 날)' 연설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당시 라이 총통은 연설에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며 사실상 '신(新)양국론'을 펼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주장하는 중국과 대만 간 양안(兩岸) 통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였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 대만 침공 상황을 방불케하는 군사적인 전법을 선보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선 "뱀이 사냥감을 옥죄듯 대만을 봉쇄하는 '아나콘다 전략'을 촘촘히 보강한 훈련"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중국군이 지난 훈련을 포함해 세 차례 훈련 지도를 공개한 것은 대만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봉쇄하는 '아나콘다 전략'이 마무리됐다는 과시"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초 탕화(唐華) 대만 해군사령관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인민해방군은 언제든지 대만을 봉쇄할 준비를 갖췄다'며 아나콘다 전략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덧붙였다.

대만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SNS를 통해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안보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중국이 군사훈련을 발동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무력으로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의 대륙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훈련은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 및 세계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노골적 도발"이라고 했다.

미국도 우려를 나타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일상적인 연례 연설에 군사적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부당하고 위험을 확대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행동에 자제력을 보이고 대만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지도 모르는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훈련 실시 발표 이후 13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쳤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훈련에 이날 하루에만 군용기 125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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