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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관절염을 넘어, 메타헬스로 맞이하는 K-시니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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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한국 초고령사회 진입 원년
‘한강의 기적’ 일궈낸 K시니어들에게
관절 건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

의료계와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국가적 연구개발 과제로 고찰해야


매일경제

권순용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 회장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인구학적 격변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관절염의 날을 맞아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도전과 기회를 심도 있게 고찰해야 한다. “노년은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또 다른 여명(黎明)이다”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K-시니어의 등장을 예언하듯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K-시니어, 즉 해방의 여명부터 1974년 베이비붐의 마지막까지 아우르는 세대는 단순한 노년층이 아닌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든 살아있는 신화다. 이들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며,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세대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국가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민주화를 이루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전자산업의 패권을 쥐었고, 반도체 산업의 선두에 섰다. 조선업 세계 1위, 현재의 방산수출 강국을 만든 것도 모두 K-시니어 세대의 업적이다.

통계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9.6%에 해당한다. 2050년에는 이 비율이 40%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이비부머는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이들이 순차적으로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매년 50만 명씩 65세 이상 인구에 편입되고 있다. K-시니어의 89.5%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73%가 복합이환자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건강 지표에 켜진 적신호와 같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라는 격언처럼,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와 생명공학 분야, 특히 노인성 질환을 중심으로 한 면역세포 치료제와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 연구 분야는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2002년 11월, 정형외과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에 대해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관절염 분야는 재생의학의 성배와도 같은 질환으로, 관절의 건강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마치 연금술사의 불로장생 묘약과도 같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때, 제도적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최근 통과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은 이러한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필자는 최근 ‘메타의료가 온다’라는 책을 통해 ‘메타헬스(Meta Health)’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메타헬스는 다양한 헬스케어 기술이 초월적으로 융합된 서비스를 의미하며, 특히 복합적인 질환을 가진 K-시니어들을 위한 미래 의료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생명공학 분야는 면역세포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무릎 골관절염에 대하여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연골 타겟형 전구줄기세포 치료제와 최근 FDA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세계 최초 사례들에 대한 최근 의학계 보고는 ‘K-시니어 시대, 메타헬스’의 경쟁력과 잠재력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 원년을 맞이한다. 세계관절염의 날을 맞아 관절염의 극복을 위한 우리나라 의과학계의 노력을 되돌아보면서,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도전을 재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및 제도적 혁신을 포함한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K 바이오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세계관절염의 날을 맞아, 우리는 이러한 도전과 기회를 다시 한 번 인식하고, K-시니어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령화라는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권순용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 회장(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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