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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끝나지 않은 '법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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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건물 내부 안내문에 고려아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8시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이사진들에게 통보했다. 2024.10.11. k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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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법원이 허용한 공개매수는 적법하고 가장 확실합니다."

고려아연은 14일 일부 종합지 1면에 이런 내용의 광고를 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린다고 공개한 뒤, 이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법원을 내건 것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법원이 허용한 것이니 고려아연의 적법하고 확실한 공개매수에 안심하고 응하라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이 이처럼 법원이 허용했다는 광고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영풍이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풍이 다시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지시켜 달라'는 2차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이다. 앞으로 법원 판단에 따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단해야 할 리스크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 된 법정 공방의 핵심 쟁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고려아연 측이 법원이 허용한 공개매수라고 일간지에 광고하는 것은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승리로 끝난 '1차 가처분'

영풍은 지난달 19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을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관계인'인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지난 2일 "영풍과 고려아연은 현 단계에서 특별관계로 보기 어렵고, 고려아연이 (상대방의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사는 것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을 기각했다.

당시 쟁점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별관계' 여부였다. 법원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양측이 특별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이 나온 직후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주당 83만원, 총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지난 11일에는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9만원으로 올리고, 총 3조7000억원으로 규모를 늘렸다.

최윤범 회장은 가처분 기각 판결 이후 기자회견에서 "영풍이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하는 것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살 수 없다거나, 자사주를 사면 시세 조정이라는 등의 영풍 주장은 법원이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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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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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처분 쟁점은 배당가능이익 계산 방법

영풍은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같은 법원에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 역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는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배당가능이익에서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하는 지 가려달라고 했다.

임의적립금이란 기업이 번 돈의 일부를 저금해 놓은 것으로 투자나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영업이익 일부를 해외 투자 및 자원 사업 투자 목적으로 적립해 왔다. 이렇게 쌓은 금액이 지난 6월 기준 6조원을 훌쩍 넘는다.

영풍은 상법상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살 수 있는 한도가 되는 배당가능이익 6조원에서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의적립금은 이미 사용 목적이 확실히 정해진 만큼 배당가능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 포함시키려면, 다시 주총을 열어 사용 목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영풍 측 설명이다.

문제는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공제하면 고려아연이 살 수 있는 자사주 한도가 거의 없어진다는 점. 당장 고려아연이 지난 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진행하는 3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도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

영풍 관계자는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빼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매입 한도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윤범 회장 측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임의적립금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주총 결의 없이 임의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주장은 허위일 뿐 아니라 명백한 시장교란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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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풍 측이 공개매수 가격 유지에 나선 것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향한 금융당국의 경고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자사주 매입과 임의적립금 사용은 별개"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단 자사주를 사기 위한 자금 중 임의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에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별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 자체는 배임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대규모 차입으로 회사에 재무 부담을 주면서까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는 다른)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방어 사례가 이번 고려아연이 한국에선 처음이기 때문에 (위법이나 아니다를) 따지기 쉽지 않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사주 매입만 놓고, 단순히 배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2차 가처분에 대해 법원은 오는 18일 심리를 한다. 이미 1차 가처분 결과가 나온 만큼 2차 가처분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시한 전에 법원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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