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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개발자는 외계어 한다고요? 점심 먹으면서 소통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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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트업 '플렉스'의 '너나들이' 모습.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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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언어모델(LLM), 머신러닝,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롬프트, 파라미터, 사스(Software as a Service·SaaS). 이 같은 용어는 전문가가 아니면 항상 낯설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스타트업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와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홍보, 영업을 하는 비개발자 간 소통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비단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AI가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비개발자들이 개발자들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하고, 반대로 개발자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가 일반인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일반 기업 대비 유연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스타트업들은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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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플렉스'의 '너나들이'가 대표적이다. 너나들이는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플렉스는 2021년 3월 직원 수가 40명이 넘어갔을 때 '랜덤런치'를 시작했다. 직무 구분 없이 팀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교류하는 자리다. 현재 직원 수는 180여 명. 플렉스는 랜덤런치의 효과를 확인하고 너나들이라는 이름으로 고유 기업문화로 정착시켰다. 현재 소속 부서, 재직기간이 고루 안배된 4인을 구성원으로 해 격주 수요일마다 함께 점심을 먹는다. 평소 식사 시간은 60분이지만 너나들이 행사를 할 때는 90분이 주어진다.

플렉스 관계자는 "단순히 점심을 함께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도록 유도하고 후기도 모두 공유하고 있다"면서 "직무 간 이해의 폭을 넓힘은 물론 조직 규모가 급성장하며 새롭게 합류한 구성원들의 온보딩 효과가 상당히 큰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이러한 소통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받아 주목받고 있는 AI 기업 트웰브랩스는 업무 미팅 외에도 비개발자와 개발자 간 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매 분기 기술 개발, 프로덕트 세일즈, 오퍼레이션팀 등 회사의 모든 팀이 모여 다음 분기의 방향성과 지나온 길을 논의하는 전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트웰브랩스 관계자는 "이러한 회의를 통해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을 해소하고, 각 팀이 지닌 지식을 합치고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또 기술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회사의 기술 개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 들어온 멤버에게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개발자의 경우에는 개발과 관련된 용어를 쉽게 바꿔 전달함으로써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AI 개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렛서는 매주 'AI팀 호스팅 런치톡'을 진행한다. 기술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지만 비개발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개발자들이 주요 AI 아이템과 해당 기술의 현재 수준을 타 직군을 위해 보다 쉬운 용어로 문서화해 배포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비개발자와 개발자가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렛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영업팀의 경우 CRM 툴을 이용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자와 같이 기획하거나 UX라이팅, 디자인 등에서도 AI를 접목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기 위해 개발자·비개발자 구분 없이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리걸 솔루션을 제공하는 BHSN도 매달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섞여 식사를 함께하며 기술적인 내용을 교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BHSN 관계자는 "매주 1회씩 사내 AI 세미나를 통해 전사적으로 AI 지식을 함양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콕스웨이브는 매주 금요일, 구성원 전체가 모여 회사 상황 전반에 관해 이야기하는 '전사 싱크 매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리서치팀에서 일주일간 연구한 내용을 프로덕트팀에 공유하면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리서치 프로덕트 위클리 싱크'도 개최한다.

AI 개발 플랫폼 백엔드를 개발한 스타트업 래블업도 마찬가지다. 래블업 서비스가 상당히 전문적인 만큼 비개발자라 할지라도 대부분 IT 기업 출신으로 AI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부서별 소통을 위해 '조약돌'을 뜻하는 '패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래블업 관계자는 "패블 세미나와 함께 '문화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직급·부서 상관없이 직원들이 모여 하루 마음껏 즐기는 시간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 간 소통을 이뤄내고 더 나은 서비스는 물론 기업의 성장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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