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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심심한 사과’가 뭐예요?…문해력 키우기 대화 먼저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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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60% 교과서 이해를 못하는 수준
스마트폰 사용 및 독서 부재 주 원인
듣기·읽기·쓰기·말하기 통합교육 필요
교과서·신문 읽기, 잠자리 독서 통해
읽는 행위의 행복한 기억을 남겨줘야



‘심심한 사과→사과가 왜 심심?’ ‘사흘→4일’ ‘금일→금요일’ ‘이부자리→별자리?’ ‘시발점→욕 하세요?’ ‘중식 제공→자장면 줘요?’ ‘족보→족발보쌈 세트’ ‘곰탕→곰 요리?’ ‘우천 시 장소 변경→우천이 어디에 있는 도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0월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의 초·중·고 교사 5848명을 상대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조사'에서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하거나 난감했다며 직접 밝힌 사례 중 일부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 10명 중 9명은 “과거에 비해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교사 10명 중 3명이 별도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6명 중 1명 이상’이라고 답할 정도로, 응답 교사들 다수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의 심각성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 열풍과 맞물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는데 반해 정작 국내에서는 ‘한글’의 뜻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부모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글날,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서 붐이 일고 있는 것과 맞물려 ‘START UP 문해력 수업’을 쓴 안연규 경북 구미 선산고 국어 교사, ‘중등 필독 신문 1, 2’를 쓴 이현옥 교사, 최인영 서울사대부설여중 교사에게 자녀의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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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 원인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네스코(UNESCO)는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해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한 입시 경쟁과 교육열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긴 글을 읽고 해석하고 말하는 능력은커녕 짧은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을 꼽는다. 교사들도 학생 문해력 저하 주 원인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 ‘독서 부족’(29.2%)을 1, 2위로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 속 단문과 짧은 영상, 게임 등을 즐기면서 문자와 멀어지고 사고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안연규 교사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서 아이들이 생각, 즉 사고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뛰어놀지 않고,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와도 질문하거나 검색, 더 나아가 사전 등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다보니 소통이 단절되고, 자연스럽게 문해력이 저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옥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하루 디지털 이용시간이 6~7시간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걸러지지 않은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 한자어보다는 밈과 쇼츠, 릴스, 줄임말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한자어를 포함한 어휘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스마트폰 사용과 별개로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접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현실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도 학생 문해력 저하의 요인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종합독서율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10명 중 약 6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독서는커녕, 책읽기의 재미, 책의 효용성을 알 리가 만무하다.



안연규 교사는 “자녀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며 “요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면 잠자리에서라도 읽어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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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핵심은 ‘소통’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문해력이 소통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래는 물론 세대 간, 사회구성원 간 소통이 단절되고 오해가 쌓일수록 우리 사회의 갈등, 반목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연규 교사는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대에게 말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단어 의미를 몰라 왜곡하는 소통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인영 교사는 그런 측면에서 문해력 논란을 ‘지나가는 바람이며, 곧 사그라들 것인데, 지금 호들갑은 조금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최 교사는 “문해력의 본질은 의사소통이고, 의사소통의 핵심은 서로 주고받기”라며 “시대와 문화가 바뀌었고, 학생들이 달라진 만큼 학생들이 과거에 쓰던 (한자어 중심의) 단어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심심한 사과’를 모르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한테 그런 단어를 쓰는 어른들도 문제가 있다. 아이들을 바꾸려 하지 말고 어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중에는 세대 간 문해력, 소통의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으로 한자 교육 부재를 들기도 하지만, 이것이 핵심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안연규 교사는 “한자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문해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휘력이 중요하긴 하나, 어휘력은 단순히 한자를 외운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화, 독서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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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키우는 방법





어릴 때부터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자녀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능력, 유익한 콘텐츠 선별 등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와 별개로 스마트폰 대신 학교 현장은 물론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 과정에서 문해력의 기초가 되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모두 향상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안연규 교사는 “10살과 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나 식당에서도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주는 대신 ‘오늘 무엇이 재미있었니?’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니?’ ‘친구와 사이좋게 놀았니?’ 등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도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답변을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게 하고 그 뜻을 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현옥 교사는 “밥상머리에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는 편이며, 심지어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많이 한다”며 “특히, 뉴스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화와 소통에 필요한 단어들을 집약적으로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가정에서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글 읽는 습관이 몸에 배면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가까이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의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임을 감안할 때, ‘글을 읽는 행위’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평생 간직하게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안연규 교사는 “부모가 솔선수범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와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다수인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잠자리에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책 내용을 토대로 대화를 늘려나가면서 자녀가 부모님과 함께 글을 읽는 행위가 소중한 추억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실천법”이라고 말했다. 안 교사는 이를 통해 읽기가 고통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즐거운 것, 재밌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내용이 어렵거나 글밥이 많은 책을 줘서는 안 된다. 교과서, (어린이) 신문 등 자녀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신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자녀의 세계관과 상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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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교사는 “자녀한테 책을 읽으라고만 강요할 뿐, 자녀의 질문에 ‘공부나 해’ ‘몰라도 돼’ 이렇게 말하는 부모는 자녀의 문해력 저하를 논할 가치가 없다.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부모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단순히 책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나들이 과정에서 대화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어휘력과 사고력이 길러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책은 읽으면 당연히 좋다지만, 아이들이 고전 같은 두꺼운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무조건 긴 호흡의 글을 읽어야 한다고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아이의 짧은 집중력을 고려해 어린이책, 신문, 잡지에 수록된 짧은 글을 함께 읽으면서 독서 습관을 키우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신문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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