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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머스크의 달·화성 탐사 '게임체인저'‥韓도 참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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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시험발사 대성공‥미 달 탐사 계획 '청신호'

압도적 재활용 기술에 경제적 부담 적어져

NASA도 활용 확대 가능성

미와 동맹국, 중국·러시아 격차 커져

우리도 독자 달 탐사 별개 美 아르테미스 계획 협력 확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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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의 1단 추진체인 '슈퍼헤비가' 발사지점으로 돌아와 역추진하고 있다. 슈퍼헤비는 대형 젓가락 모양의 '메카질라'에 의해 공중에서 고정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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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지던 수십층 빌딩 크기의 거대한 로켓이 순한 양처럼 발사대로 돌아왔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슈퍼헤비' 로켓의 이야기다.

슈퍼헤비의 성공을 통해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오랜 꿈도 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머스크는 전기차, 무인 택시 등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에 도전한 데 이어 우주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추격자들의 희망을 꺾어 놓았다.

머스크의 성공은 일개 기업의 성공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경쟁하던 국가들의 좌절감은 더욱 커지고 미국과 협력하는 우리나라 등 동맹국들의 협력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13일(현지시간) 역사상 인간이 제작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스타십' 5차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새벽 나절 발사된 수십층 건물 높이의 스타십은 하늘에서 분리돼 1단 발사체인 '슈퍼헤비'가 발사 지점으로, 스타십은 예정된 비행을 마치고 지구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해 인도양 착륙지점에 안착했다.

불과 며칠 전 테슬라의 로봇택시 공개가 기대에 못 미치며 머스크의 마법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던 상황은 급반전했다.

월가 투자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머스크는 반색했다. 머스크는 발사 성공 후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타십이 정확히 목표 지점에 착륙했다. 이번 성공은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기술을 통한 꿈의 실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머스크는 화성 이주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그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게 2002년이다. 머스크는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후 화성 정복이라는 꿈을 위해 새로운 창업에 나섰다.

이날 시험 발사의 압권은 슈퍼헤비의 안착이었다. 초속 1km의 속도로 하강하던 슈퍼헤비가 역추진을 통해 속도를 줄이고 발사대의 집게인 '메카질라'에 잡히는 순간 스페이스X 직원은 환호성을 질렀고,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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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13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에서 5차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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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는 첫 시도에서 슈퍼헤비의 재활용에 성공했다. 71m 높이의 슈퍼헤비는 발사 후 약 7분 후, 정확히 발사대로 돌아와 '메카질라'라 불리는 기계 팔에 의해 공중에서 고정됐다. 첫 시도에 자유의 여신상보다도 큰 구조물이 발사대로 돌아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는 모습은 우주기술의 새로운 발전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슈퍼헤비는 규모 면에서 기존 팔콘9 로켓과 차원이 다르다. 슈퍼헤비에는 33개의 랩터 엔진이 사용된다. 랩터 엔진 한 개도 팔콘9에 사용되는 멀린 엔진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재활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지구를 넘어 달이나 화성으로 진출하는 비용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머스크는 X에 "생명을 여러 행성에 살게 하는 데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목표가 화성 이주에 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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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슈퍼헤비의 성공적인 복귀 후 자신의 X에 "생명을 여러 행성에 살게 하는 데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라고 밝히며 수 년 전 인터뷰를 다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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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카이스트 교수는 "화성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정이 많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일만으로도 우주 분야에서 획기적인 마일스톤이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우주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 성공은 머스크 개인만의 성공이 아닌 미국 국가적인 차원의 성과다. 미국이 추진하는 국제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도 커졌다. 스타십은 미 우주항공청(NASA)이 추진하는 2026년 9월 예정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서 달 착륙선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아르테메스 계획을 위해 NASA가 개발한 SLS 발사체를 활용하고 달 착륙은 스타십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LS 발사체의 비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스타십을 전체 아르테스 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하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해 발사 비용이 낮은 민간 기업의 발사체를 두고 큰 비용이 드는 일회용 발사체를 사용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NASA 관계자도 "스페이스X의 기술 발전은 우리가 달 탐사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 할 경우도 변수다.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한 머스크의 로켓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연설회에 직접 등장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도 저렴한 로켓이라면 미국이 머스크의 스타십을 선택해도 문제 될 이유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경쟁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온 만큼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국제적으로도 이번 발사의 성공은 큰 후폭풍을 남길 전망이다. 달 탐사를 위한 국제적인 경쟁,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이 한층 앞서갈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발사체로 달과 화성을 오갈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경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분장도 "앞으로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협력과제를 협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독자적인 달 탐사 계획과 별도로 미국과의 협력 과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우주대회(IAC)에 참석 중인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미국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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