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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리더의 격(格)을 떠받쳐줄 쌍둥이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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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출판된 지 얼마 안 된 사이 인터넷에 올라온 독후감만 모아도 별도로 책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폭넓은 독자들의 즉각적 환영은 이런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마음의 표시로 읽힌다.

『을야의 고전 여행』, 『둥지를 떠난 새 우물을 떠난 낙타』의 저자 박황희 문학박사는 동양 고전 번역학을 전공한 고려대 한문학과 겸임교수이자 대만 국립정치대학 객원교수다. 그러니까 두 권의 책은 동양의 전통 사상과 철학을 담아 쓴 쌍둥이 수필집인데 주변의 일상다반사를 소재로 고전의 지식과 현자의 지혜를 종횡무진, 쉬운 설명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의 벽을 넘었다.

‘을야’의 출처는 정사에 바쁜 왕이 밤이 돼서야 독서를 한다는 을야지람(乙夜之覽) 고사다. 지혜는 고통과 실수 등 산전수전 겪은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에 대한 관조를 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는 현자의 가르침이다.

‘둥지를 떠난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우물을 떠난 낙타가 사막을 횡단한다’는 문장은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행운유수 초무정질(行雲流水 初無定質)’이 뿌리다. 흐르는 구름과 물은 본시 정해진 바탕이 없듯이 지나온 길 되돌아보지 않고,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것에 집중하는 현명함이 담겼다.

기술과 문명은 변화무쌍해도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동양 현자들의 언어가 어려움에도 추앙 받는 이유는 보통 사람의 눈과 귀로는 결코 보고 듣지 못하는 세계 너머의 세계,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내공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박황희 박사는 그들의 언어를 쉬운 말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소박한 재주와 친절함을 가졌다. 그에게는 이유불문 서양을 우선하고 동양을 얕잡아보는 일부의 편견(偏見)을 깨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두 권의 책은 각각 4부인데 부제(副題)는 같고 내용만 다르다. 1부 은 ‘아침에 떨어진 꽃 저녁에 줍는다’는 루쉰의 문장과 ‘세상의 변화를 즐겁게 바라본다’는 사마천 문장의 합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볼 때 깨달음도 얻는다고 한다. 2부 는 『주역』 인용으로 바람이 소리로 용을 따르고, 구름이 그림자로 범을 따르듯 감각할 수 없는 세계를 인식하는 지혜를 말한다.

3부 도 『주역』 인용인데 하늘의 뜻을 알면 죽음도 두렵지 않은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한다. 4부 , 인생의 오랜 방황 끝에 문득 접어든 을야에서 깨달음에 이르기를 소원한다.

아마도 동양학에 밝은 지식인이 SNS에 편하게 쓴 글들이 높이 인기를 끌자 출판사가 살짝 서둔 듯하다. 조금 거친 문장과 오래 읽힐 책에 맞지 않는 한시적인 글이 조금 눈에 띄나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두 권을 꽉 채운 옛 고전과 현자들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탁월한 사유를 맛보며 얻을 지혜와 깨달음의 가치가 더욱 큰 책이라 중복해 소개하고 있다.

『둥지를 떠난 새 우물을 떠난 낙타』에 는 소제목의 글이 있는데 ‘어리석은 자는 일생 동안 지혜로운 이를 섬긴다 할지라도 결코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이는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는 법구경 인용이다. 무식한 도깨비 부적을 모르듯 국자가 천 년 동안 국을 푼들 국 맛을 알 리 없다. 리더의 품격(品格) 역시 남이 갖춰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갖은 국들의 맛을 스스로 음미하며 쌓아나가는 것이리!

머니투데이

▲『둥지를 떠난 새 우물을 떠난 낙타』 / 박황희 지음 / 바람꽃


머니투데이

▲『을야의 고전 여행』 / 박황희 지음 / 바람꽃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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