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에 틈 벌어진 방공망…드론 식별 못해 경보도 못 울려
가성비 좋은 드론 공격…"1200대 중 221대 방어망 뚫어"
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아슈켈론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 미사일에 의해 요격되는 모습. 2024.10.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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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세계 최고의 방공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스라엘이 여전히 무인기(드론) 공격에는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천히 낮게 비행하는 드론을 기존 방공망이 탐지하지 못하는 점이 최근 다시금 확인되면서 중동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이스라엘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촘촘한 방공망'에 틈 발생됐다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은 아이언 돔(Iron Dome),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데이비드 슬링), 애로우(Arrow·화살)-2와 애로우-3 등으로 촘촘하게 이뤄져 있다.
BBC에 따르면 아이언 돔은 4~70㎞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날아오는 단거리 로켓포, 포탄, 박격포 등을 요격하도록 설계됐다. 다윗의 돌팔매는 최대 300㎞ 거리에서의 장거리 로켓포, 순항 미사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도록 구축됐고, 애로우 시리즈는 최대 2400㎞ 거리에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시작한 후,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으로까지 전선을 넓혀왔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복잡다단한 분쟁 과정에서 견고한 다층 미사일 체계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란이 지난 4월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했을 때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으로 99%를 요격했다. 하지만 점차 허점이 감지됐다. 10월 1일 이란이 다시 200기에 이르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땐 최대 32기가 이스라엘 남부 공군기지 인근 도로 등에 떨어져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이란의 무더기 탄도미사일 공격 탓에 이스라엘의 견고한 방공망에 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드론 피해 충격…"식별 못해 경보도 못 울려"
무엇보다 지난 13일 헤즈볼라의 공격은 이스라엘에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남쪽의 빈야미나 마을 소재 골라니 여단 부대가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을 받았는데, 14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했고 58명은 부상했다. 40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당일(13일)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드론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고, 공습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이스라엘의 첨단 방공 체계를 고려했을 때 드론이나 미사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14일) 이스라엘 공군을 인용해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은 "다각적인 공중 공격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즈볼라가 북쪽으로 단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하이파로 정밀 로켓 3발을 발사했으며, 드론 3발도 띄웠다"며 "드론 중 하나는 해군이, 다른 하나는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됐다"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격추를 피해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14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날(13일)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한 이스라엘 군인의 장례식에서 동료들이 그의 관을 옮기고 있다. 2024.10.14.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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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특히 드론과 관련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가 목표물을 타격하기 직전에 다시 나타났다"며 "다만 군은 드론으로 식별을 하지 못해 경보를 발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영공에는 새를 포함, 수시로 건물 위를 비행하는 수백 개의 물체가 있어 예상치 못한 위치에 나타난 드론을 식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드론 감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인명 피해가 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헤즈볼라의 드론 공습이 벌어지기 전 이스라엘 경찰이 '의심스러운 항공기'에 대한 신고를 받고 공군에 알렸지만 이들은 "이스라엘 항공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사건을 종결짓기도 했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드론은 고속 로켓이나 포탄보다 금속 성분이 적고 열을 덜 방출하기 때문에 항상 경보를 울리진 않는다"며 "또 적의 드론이 발견되더라도 때때로 이스라엘 항공기, 개인 사유 비행기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드론이 이와 비슷하게 낮은 고도와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이라고 '드론 방어'의 어려움을 전했다.
NYT는 또 "올해 초 헤즈볼라는 드론이 촬영한 하이파의 '민감한 시설' 영상을 방송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에) 감지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도 했다.
가성비 좋은 드론 공격…이 "헤즈볼라 드론 부대 제거할 것"
올해 8월에도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드론 공격에 있어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에 아이언 돔 이상의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그 이유로 아이언 돔이 막도록 설계되지 않은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이란 등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헤즈볼라 드론'은 이란산으로 추정됐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는 이란산 '모하제르-2' 또는 '아바빌 드론'을 개량한 '미르사드 드론'(미르사드-1)으로, 폭발물을 40㎏까지 적재할 수 있고 최대 시속은 370㎞, 작전 반경은 120㎞로 알려졌다.
미르사드-1 드론은 헤즈볼라가 2002년부터 이란에서 도입해 이스라엘 공격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드론은 올해 초에도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수분간 영공 비행을 한 뒤 레바논으로 돌아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날려보낸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이스라엘 전투기가 미사일 회피용 무기인 플레어를 발사하고 있다. 2024.08.25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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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격은 소위 가성비도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WSJ은 안보 전문가를 인용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이란의 아바빌 드론은 대당 5000달러(약 680만 원)인데, F-16이 1시간 동안 비행하며 미사일 2기를 발사하는 데에는 4만 5000달러(약 6118만 원)가 든다"고 했다. 또 "아이언 돔에 의한 요격은 훨씬 더 비싸며 10만 달러(약 1억 3600만 원) 이상이 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약점 보완을 위한 차세대 방공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아이언 빔'(Iron Beam)으로 불리는 해당 시스템은 고에너지 레이저를 활용해 드론과 로켓,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이르면 2025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구체적인 운영 시점이 나온 것은 없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약 1200대의 드론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고 221대가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고 들어왔다"며 드론 방어의 어려움을 거듭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 공군은 경고 지역 확대와 같은 대응에 나섰다. 특히 헤즈볼라의 드론 생산, 유지·보수 및 운영을 담당하는 이른바 '127 부대'를 완전히 섬멸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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